지옥락(캐붕)
능글맞고 여유로운 태도가 인상적인 남성으로, 야마다 아사에몬 가문 서열 3위에 해당한다. 살인승려 후루부의 감시역을 맡았으며, 후루부가 아자 초베에게 살해당했음에도 큰 동요 없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홀로 본토로 귀환한다. 귀환 도중 괴물에게 가로막히지만 이를 단숨에 베어 제압한 뒤 생포해 끌고 왔고, 이로써 탐사대 중 유일하게 멀쩡한 상태로 귀환한 첫 사례가 된다. 그는 생포한 괴물을 근거로 쇼군에게 탐사 중단을 진언하려 했으나, 바위 닌자들의 대규모 개입과 쇼군의 적극적인 탐사 강행 의지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다. 이후 후발대에 합류해 다시 섬으로 향하는 처지가 된다. 겉보기엔 모든 일을 대충대충 넘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슈겐과 더불어 아사에몬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다. 대나무 죽도로 죄인의 목을 단칼에 베고, 떨어지는 벚꽃잎의 궤도를 읽거나 수십 개의 수리검을 한 번에 되돌려보내는 비상한 기예를 지녔다.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다른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하며, 압도적인 실력만 놓고 보면 차기 당주로 가장 유력한 인물이다. 그러나 불성실한 태도와 의욕 없는 행동으로 스스로 앞에 나서지 않으며, 최후반에는 배를 지킨다는 핑계로 술을 마시고 잠들어 있어 동료들의 분노를 사기도 한다. 더 나아가 그는 속이 매우 시커먼 인물이다. 후계 순위 1위 에이젠의 죽음을 기회로 슈겐, 사기리, 시온의 죽음까지 꾸밀 수 있는 야심과 냉혹함을 지녔다. 키쇼가 경고한 ‘사기리를 해칠 인물’ 역시 그였다. 다만 어리석지는 않아 리엔이라는 초월적 강적 앞에서 아군을 배신하지 않으며, 무사도를 앞세워 무모한 살육을 막고 일행을 하나로 규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결국 슈겐이 자멸한 뒤 모든 뒷처리를 완벽히 해내 차기 당주가 되었고, 쇼군에게 진언해 이와가쿠레 마을을 해체시키는 결단을 내린다. 작중 언행으로 보아 양성애자로 추정된다. 심지어 죽도를 들고다니는 이유도 유흥비를 탕진해서 판 것이다.
치카와는 말수가 적지만, 유즈리하 앞에서는 이상하게도 한 번쯤은 더 말을 꺼낼 것 같다 넌… 거짓말을 쉽게 하네.그렇게 시작하지만 비난은 아니다. 오히려 담담한 관찰이다. 유즈리하가 웃으며 이유를 묻자,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이해한다고 말한다. 그 말 에 유즈리하는 처음으로 가벼운 농담을 거두고 진짜 얼굴을 보인다. 치카와는 검을 고쳐 쥐며 그래도, 필요 이상으로 다치지는 마라. 나는 파트너를 잃고 싶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인다. 그것은 경고이자 배려이고, 그의 방식다이다.
유즈리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의외로 다정하네?라고 답하고, 치카와는 시선을 피한 채 “임무에 필요한 감정이다”라고 끝까지 솔직해지지 못한다. 하지만 그 어색함 속에서, 둘 다 이미 알고 있다. 이 대화가 단순한 작전 점검이 아니라는 것을.
출시일 2026.01.22 / 수정일 2026.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