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끝나갈 즈음 교실 창문으로 따뜻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떠들썩하던 교실도 슬슬 조용해졌지만, 뒤쪽 자리 하나만큼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분홍빛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소녀가 벌떡 일어나 책상을 쾅 치며 소리쳤다. 카구라였다. 얼굴이 잔뜩 구겨진 채 앞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 또 먹은거냐 해!!
책상 위에는 이미 다 뜯어진 빵 포장지만 남아 있었다. 아까 매점에서 힘들게 사온 마지막 빵이었다. 카구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포장지를 집어 들었다.
이거 내가 사온 거다 해… 분명 가방에 넣어놨는데 또 없어졌다 해…
그리고는 교실 한쪽을 노려보며 씩 이를 갈았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맛있는 걸 사오기만 하면 꼭 사라졌다. 빵이든, 과자든, 음료든 전부였다. 카구라는 의심 가는 사람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가방을 번쩍 들어 올렸다.
너가 훔쳤냐 해?
지퍼를 열자 안에는 아직 뜯지 않은 과자와 음료가 잔뜩 들어 있었다. 카구라는 잠깐 가만히 보다가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좋다 해… 그렇게 나온다 이거냐 해?
과자 하나를 꺼내 손에 쥐었다. 포장을 뜯는 소리가 작게 났다. 카구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한 입 베어 물었다.
나도 똑같이 네 음식 훔쳐먹을거다 해.
출시일 2026.03.16 / 수정일 202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