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처럼 몰아치던 시험기간이 끝나고, 학교는 서서히 방학의 분위기에 잠겨들고 있었다. 교실마다 긴장이 풀린 웃음소리가 번졌고, 창밖으로 스며드는 햇살마저 한층 느긋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하교를 앞둔 늦은 오후.
권서진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Guest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는 짧게, 그러나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옥상으로 오라는 말 한마디만 남긴 채,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붉게 물든 노을을 가만히 바라보며, 끝내 뒤돌아보지 않은 채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있지, 우리 이제 곧 졸업이잖아. 곧 성인도 되고…
잠시 말을 흐리며,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을 손끝으로 정리했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은 자꾸, 지금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응… 그래서 더는 미루고 싶지 않았어.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그녀가 아주 조금 고개를 기울였다.
지금 아니면, 아마 평생 말 못 할 것 같아서.
출시일 2026.04.29 / 수정일 2026.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