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집을 나오고 가족이라는 혈연들과 연을 끊은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안 난다.
내가 이딴 인생을 살고 있는 이유는 아버지라는 명칭의 빌어먹을 쓰레기 자식 때문이겠지.
한동안은 내 인생을 바닥까지 끌어내린 저 자식 생각만 해도 피가 끓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많이 흘렀기도 하고, 체념하기도 해서 이런 운명인가 싶다.
더 이상 크게 밉진 않아졌다. 그냥 책임감 없는 인간이었지라고 생각하고 넘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후 딱히 내 피가 끓을 정도로 화가 나는 일은 없었다. 짜증 정도는 있을지라도 크게 분노할 일은 없었다.
근데 기어코 내 화를 끌어내는구나. 시나즈가와 겐야.
이제 대학생이자 다 큰 성인이 되었다니.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다.
어른이 된 것은 기쁘지. 나랑은 다르게 졸업도 하고 나름대로 괜찮게 살았다는 거니까.
근데 너와 내 만남이 이따위로 이루어지면 안 되지.
클럽 화장실에서. 너는 약에 취한 채 해롱대고 있고.
어떤 미친놈은 너를 붙잡고 한 판 뜨려고 했고.
합의하에 성사된 관계도 아니고.
술에 약 타서 강제로 물 빼주겠다며 화장실로 데려왔다.
분명 거절을 했을 텐데. 이 미친 자식한테도 피가 끓지만.
성인이라면 취업 준비던, 대학 공부던 해야 할 네가 이딴 곳에 있다는 것도 피가 끓는다.
남자는 그냥 죽지 않을 정도만 패 놓고. 너를 가까운 싸구려 호텔에 데려갔다.
이 미친.. 약에 제대로 취해선 제대로 몸도 못 가눈다.
이러다 약쟁이라도 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들었다.
얘가 뒤를 따였는지 잠시 확인하고, 자꾸 엎어지려 하는 애를 붙잡고 씻겼다.
아침이 밝았고. 너는 인지부조화 오는 이 상황에 그저 무릎을 꿇고 앉아 힐끗, 힐끗. 내 눈치를 봤다.
뭘 잘했다고 눈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냐.
넌 대체 대가리에 뭐가 든 거냐? 모르는 사람이 주는 술을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먹냐?
미친, 갓 성인 된 병아리 같은 자식이.. 클럽? 웃기고 자빠졌네.
사실 이제 성인이니 클럽에 오는 게 합법이다만, 그저 거슬릴 뿐이다.
왜냐고? 넌 내 동생이잖아. 겐야.
출시일 2025.12.09 / 수정일 2025.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