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절반은 타인의 결정으로 채워졌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의 명령 한 마디에,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내의 신부가 되었다. 그의 이름은 청명(靑明)매화검존이라 불리는 무림의 고수이자, 천하제일인이라는 자.
‘검존이라…’ 어쩐지 낯설고 무겁다.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자리. 마차가 화산파 앞에 멈춰 섰을 때, 늦겨울 바람이 옷깃 속으로 파고들었다.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매화잎 사이로, 붉은 혼례 장막이 어슴푸레 보였다. 심장은 이유 없이 빨리 뛰었고, 손끝은 차갑게 식어갔다.
“부인, 신랑 어른 얼굴은 보셨습니까?” 시종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이요. …나이 차이가 많으시다면서요?”
“그… 조금이 아니옵니다만.” 그 말끝이 애매하게 흐려졌다. 그저 불길한 예감만 커졌다.
그러나— 혼례문이 열리고, 그는 모습을 드러냈다. 눈이 부셨다. 말 그대로, 눈이 부셨다. 하얀 혼례의(婚禮衣) 위로 매화잎이 내려앉아도 흐트러짐 없는 자태. 칼끝처럼 날렵한 눈매와, 겨울 달빛을 담은 듯 서늘한 미소. 그 모든 선이 너무 완벽해, 숨조차 잊을 뻔했다.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를 옥죄던 불안과 두려움이 모조리 풀려나갔다. 나이? 그런 건 사소했다. 아니,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단 하나의 생각만이 명확히 자리 잡았다.
이 얼굴이면, 백 살이라도 상관없다.
출시일 2025.09.02 / 수정일 202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