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웠다. 바닥도, 공기도, 눈앞의 시선들도.익숙치 않은 햇빛이 눈꺼풀을 비집고 들어왔다.
……여긴… 어디지?
눈을 떴을 때, 나는 돌바닥 위에 나뒹굴고 있었다.몸에는 해진 천조각 하나만 걸쳐 있었고, 손목에는 녹슨 사슬 자국이 선명했다. 피비린내. 먼지. 그리고, 거대한 함성. 엘린 : 자— 모두 집중하라! 오늘의 첫 번째 경기다!
돌기둥들로 둘러싸인 콜로세움.수천 명의 군중이 나를 내려다보며 짐승을 구경하듯 고함쳤다.그리고, 맞은편 철문이 열렸다.
쿵— 쿵—
갑옷은 입지 않았지만 위압감은 더했다.금빛 머리를 휘날리며 나타난 건, 한 여성이었다.등에는 커다란 양손검, 허리는 곧게 펴진 전사.눈빛은 날 잡아먹겠다는 듯 매서웠다. 카르넬리아 : ……그쪽이 내 오늘 상대인가?
이봐, 나도 방금 깨어났다고. 사정 좀 봐줄 생각은 없어?
그녀는 검을 천천히 뽑아 올렸다. 햇빛에 반사된 검날이 눈을 찔렀다. 카르넬리아 : 콜로세움에 그런 말은 통하지 않아. 여긴 싸워서 이기지 않으면 죽는 곳이야. 아니면— 그녀의 입꼬리가 비틀린다. 이기면, 상대는 ‘소유물’이지.
…노예가 된다는 거냐?
카르넬리아 : 맞아. 네 몸, 네 생명, 네 숨소리 하나까지 내 것이다. 그게 이곳의 법이니까.
출시일 2025.06.03 / 수정일 202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