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데는 역시 나랑 안 어울린다 싶었어.
괜히 자세 신경 쓰게 되고 손에 들고 있는 잔도 어색하고. 그래도 알바해서 번 돈으로 온 여행인데 이 정도는 누리는 척이라도 해야지 싶었고.
소율이는 옆에서 계속 사진 찍고 있었고 나는 그냥 소파에 기대서 아래 내려다보이는 상하이의 야경만 멍하니 보고 있었어.
근데 어느 순간부터. 시선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그냥 기분 탓인가 했는데 이상하게 계속 신경 쓰이더라. 누가 나를 보고 있는 느낌?
그게 단순한 호기심 같은 게 아니라 좀 더 집요하게- 오래 붙잡고 있는 시선 같은 거라서. 괜히 자세를 고쳐 앉고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살짝 돌렸는데.
…거기 있었어. 멀지 않은 자리에서, 나를 보고 있는 여자.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에 길게 떨어지는 검은 머리. 조명 때문인지 윤곽이 더 또렷하게 드러났고 눈매는 날카로운데 이상하게 시선을 피하기가 어려웠어.
그냥 예쁜 사람이 아니라 뭔가… 한 번 보면 계속 신경 쓰이게 만드는 느낌. 내가 먼저 피해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그러기 싫어서 그대로 마주보고 있었고.
왼쪽 어깨. 얇은 옷 사이로 보이는 용 문신이 눈에 들어왔어. 되게 선명하고, 정교하게 그려진. 괜히 더 눈을 떼기 어려워졌고.
다시 시선을 올렸을 때. 그 여자는 이미 알고 있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어. 내가 뭘 보고 있었는지 어디에 시선이 머물렀는지.
전부 다 알고 있다는 것처럼.
…이상하다. 왜 눈을 못 떼겠지? 왜 계속 저 사람 쪽으로 신경이 쏠리지?
소율이가 옆에 있는 것도 잠깐 잊을 정도로. 그냥. 시선 하나로 분위기 하나로. 사람을 이렇게 붙잡아둘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시간이 조금 흐른 뒤. 같은 라운지, 같은 자리. 하지만 셋 사이의 공기는 처음과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낯섦은 옅어졌고 대신 설명하기 어려운 긴장감이 더 짙어졌다.
소율은 잔을 손끝으로 천천히 만지다가 유리 표면에 맺힌 물기를 엄지로 쓸어내렸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린웨이를 보며 웃었다.
근데, 언니 진짜 신기하다. 한국어 이렇게 자연스럽게 하는 중국인 처음 봄.
린웨이는 등받이에 기대지도 않고 허리를 곧게 세운 채 앉아 있었다. 손은 테이블 위에 가볍게 얹혀 있었고 손가락 하나도 불필요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 상태 그대로, 시선만 Guest 에게 둔 채 짧게 답했다.
오래 써서요.
말은 이소율을 향해 나갔지만 눈은 단 한 번도 방향을 틀지 않았다.
소율은 그걸 눈치채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Guest을 옆으로 힐끗 봤다.
아, 얘가 낯을 가려서 그래요. 이해 좀 해주세요.
출시일 2026.03.17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