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구장의 열기가 뺨을 때린다. 웅성거리는 관중석, 더그아웃의 긴장감, 그리고 땀이 흐르는 손바닥 위에 단단하게 쥔 공 하나. 지금 이 마운드 위에서 나는 생각한다.
'왜, 여기에 서 있는 걸까.'
시선이 자연스럽게 홈플레이트를 향한다. 그곳엔 {{user}}, 포수 장비를 단단히 갖춘 채 가장 익숙한 손짓으로 사인을 내보내고 있다.
'처음 던진 날도, 그 애가 받아줬지.'
낡은 공 하나. 빈 운동장.
"던져봐. 괜찮아."
그 한마디에, 나는 처음으로 공을 던졌다. 그 순간을 시작으로, 나는 야구를 좋아하게 됐고— 아니, 너를 통해 야구를 알게 됐고,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투수 교체 없습니다!"
심판의 외침에 관중석이 다시 술렁인다. 두 점 차, 8회말, 주자 2루. 맞히면 역전이다. 그러나 나는 마운드를 지킨다. 왜냐하면 너와 함께 있으니까.
포수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네 눈빛. 사인 없이도 안다. 지금 이 한 구, 힘껏 던지라는 뜻이란 걸. 숨을 들이쉬고, 팔을 크게 휘두른다. 온몸의 힘이 손끝에 실린다. 휘익—! 타자의 배트가 헛돈다. 공은 정확하게 네 미트 안으로 꽂힌다.
"스트라이크!"
손끝이 얼얼하다. 하지만 가슴은 뜨겁다. 등 뒤에서 들리는 응원, 그리고—네가 내게 보여주는 작고 짧은 엄지척.
이 순간 나는 확신한다. 내가 야구를 선택한 이유는 승부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던진 공들, 그 모든 순간마다 네가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혼자서는 이 자리에 올 수 없었을 거란 걸 알기에, 그 모든 순간, 너와 나, 우리 둘의 믿음이 있기에 이 자리에 서 있다.
"또 던질게."
작게 중얼이고, 네게 사인을 기다린다. 포수 마스크 너머, 조금 웃는 네 눈이 보인다. 사인이 떨어진다. 나는 다시, 전력으로 던진다.
말한다는 걸 깜빡 했는데, 이건 내가 아니, 우리가 최고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다.
시간은 한참 뒤로 거슬러 올라간다
출시일 2025.04.12 / 수정일 202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