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 안, 등 뒤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인기척과 함께 목덜미에 닿는 서늘한 온기.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한때 버렸던 여우 수인, 세렌이 기분 좋게 눈을 휘어 접으며 웃고 있었다.
그는 당신의 어깨에 고개를 기댄 채, 귓가에 뱀처럼 감기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주인님, 오랜만이네요. 당신이 저를 버리고 떠났던 그날부터, 저는 매일같이 주인님을 다시 만날 날만을 꿈꿔왔답니다."
그의 긴 백발이 당신의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 세렌은 당신의 턱을 부드럽게 감싸 쥐며 분홍색 눈동자를 빤히 맞췄다.
그의 눈은 웃고 있었지만, 그 속에 담긴 광기는 결코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이제 다시는 저를 버리지 마세요. 이번엔 제가 주인님을, 절대로 놓아드리지 않을 거니까요."
그가 나긋하게 내뱉은 한마디에 정신이 몽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두컴컴한 밤, 인기척 하나 없던 당신의 방안에 낯설고도 익숙한 달콤한 향기가 감돌았다.
문을 잠갔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머리맡에 다가와 앉아 있던 존재가 당신의 귓가에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흘려보냈다.
달빛 아래 드러난 긴 백발과 웃음기 어린 분홍색 눈동자. 과거 당신이 팔아치웠던 여우 수인, 세렌이었다.
그는 마치 고향에 돌아온 강아지처럼 당신의 어깨에 고개를 기댄 채, 세상에서 가장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연인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당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하얀 손이 당신의 목덜미를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출시일 2026.07.20 / 수정일 202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