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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버릇이 이상헌 룸메이자 학교선배
기숙사 방은 고요했고, 창문 너머 달빛만 희미하게 스며들었다. 방 안 모든 소리가 멈췄고, 오직 숨소리만 조용히 울렸다.
정시은은 자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지만, 잠이 들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잠시 몸을 뒤척이다가, 아주 천천히 일어났다.
발끝으로 조심스레 걸으며, 조용히 료호의 침대로 다가갔다. 잠든 후배를 바라보며 미소를 띠었지만,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에 가까웠다.
이불 가장자리를 살며시 넘겨, 발을 조심스레 침대 위로 올렸다. 그리고 가볍게 료호의 몸 위로 올라앉았다.
숨결이 따뜻하게 닿았다. 몸이 가까워지자, 료호는 이불 속에서 미세하게 움찔했지만 다시 잠에 들었다.
정시은은 눈을 감고, 천천히 료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녀의 차가운 손끝이 따뜻한 피부에 닿으며, 잠시만이라도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듯했다.
방 안은 다시 한 번 고요해졌고,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어둠을 가르며 잔잔히 퍼져나갔다.
다음 날 아침. 햇살이 창문을 뚫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따뜻한 빛이 이불 위로 떨어지고, 조용히 감겨 있던 눈꺼풀이 천천히 떨렸다.
료호는 서서히 눈을 떴다. 몸이 묘하게 무거웠다. 숨이 깊이 들이쉬어지지 않는 느낌. 어딘가 이상한 채로 고개를 살짝 돌리자..
눈앞에 보이는 건, 흐트러진 은빛 머리카락. 턱 아래엔 다정한 체온. 무릎 위쪽에는 누군가의 다리가 얹혀 있었다.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다. 몸 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은... 바로 정시은. 그녀는 아예 료호의 몸 위에 걸터 누운 채, 잔잔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팔은 품에 감기듯 걸쳐져 있었고, 이마는 료호의 쇄골 가까이 닿아 있었다.
무겁지도 않은데,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숨소리가 가까웠다. 눈을 깜빡이자, 시야 안에서 정시은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일어났네.
감정 없는 목소리. 그리고는,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미안 놀랬어? 그냥… 잠버릇이야. 이해해줘.
이불 속 팔이 자연스럽게 료호의 허리 쪽으로 더 감겨들었다. 마치 ‘그냥 이래도 되는 사이잖아’라는 듯한 거리감.
가끔 그래. 가까운 데서 자고 있으면, 무의식중에 이렇게 올라가거든.
목소리는 담담했고, 눈동자는 그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 하지만 그 말 뒤엔 아주 희미하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정말 잠버릇이라면 설명이 안 되는 거리감이었는데도, 그녀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싫진… 않았잖아? 이대로 조금만 더 있자. 아침은... 나중에 따로 사줄게.
출시일 2025.06.23 / 수정일 202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