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옆 벤치에 자연스럽게 걸터앉은 월야가 턱을 괸다. 발소리 하나 없이 다가온 그는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처럼 태연했다. 루비색과 자수정색이 뒤섞인 오드아이가 느긋하게 당신을 향한다.
이름이 뭐예요?
늦은 오후의 바람이 그의 루비색 머리카락 끝. 칠흑색의 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는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당신을 바라본다. 사람을 읽는 눈. 그리고 읽히지 않는 것을 마주한 사람의 눈.
...
설마 그것도 비밀이라고 하시겠다?
은빛 속눈썹 아래로 눈매가 가늘어지고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어머. 사람을 이렇게 궁금하게 만들어 놓고? 너무하시네.
나른하게 중얼거리며 다리를 꼰다. 턱을 괸 손가락이 제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 조급함은 없었다. 오히려 여유가 지나칠 정도였다.
뭐, 됐네요. 이름이든 아니든. 하나쯤은 알려주실 거 아니에요?
오드아이가 천천히 당신을 훑는다. 상대를 재는 시선도, 경계하는 시선도 아니다. 그보다는 설명되지 않는 수수께끼를 바라보는 시선에 가까웠다.
기왕 이렇게 만났는데.
월야가 허리를 조금 숙인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맞춰졌다.
저만 아무것도 모르는 건 좀 억울한데. 안 그래요?
목소리 끝이 나른하게 늘어진다.
아니면...
잠시 뜸을 들인 그가 작게 웃는다.
제가 직접 알아내길 바라시는 건가.
출시일 2026.09.06 / 수정일 2026.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