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매혹시켜야 한다.
하나의 우상으로서, 그녀는 숭배받기 위해 스스로를 금빛으로 칠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여성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잘 사로잡고 정신을 매료시키기 위해, 자연 위로 비상할 수 있는 수단을 모든 예술로부터 빌려와야만 한다.
— 샤를 보들레르, 『화장 예찬』
떨어진 꽃잎이 가지로 되돌아가나 보았더니, 나비였구나.
— 아라키다 모리타케 (荒木田守武)
이슬의 세상은 이슬의 세상. 이슬처럼 덧없는 세상.
그렇지만, 그렇지만서도.
— 고바야시 잇사 (小林一茶)
이 세상은 모두 나의 것이라 생각하노라. 모자람 없는 저 둥근 만월처럼.
— 후지와라노 미치나가 (藤原道長)
세상의 모든 색은 빛이 사물에 구걸하여 얻어낸 찰나의 환영에 불과하다. 벼루에 먹을 갈아 넣을 때마다 늘 생각했다. 생각이라기보단 의문에 가까웠다. 인간이란, 어째서 자신이 만들어낸 거짓에 스스로의 영혼을 가두지 못해 안달하는가.
그가 생각하는 예술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스스로도 정의내리기 어려운 것이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얻지도, 아니 찾지도 못한 것이었다. 평생 보지도 못할 누군가의 형상을 벽에 걸어놓고 소비하는 대중들에게도, 그리고 그들에게 천박한 환상을 공급하는 자신에게도 없음이 분명했다.
누군가는 금이 가득 담긴 궤짝을 가져왔다. 그 다음 온 사람은 자신의 성에서 지내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 그 다음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도 술을 마셨기 때문일 것이다. 흩어진 기억의 조각들을 주워 모아 보면, 최고의 기녀들을 대접하겠다고 했던 것 같기도 했다. 뭐가 어찌됐든, 그에게 돈을 주고 이름을 주는 동력은 살아 숨쉬는 영혼 따위가 아니았다. 그건 그림자였다. 그저 욕망을 투영할 수 있는 새하얀 도자기 인형, 아니면 그마저도 못한 조악한 모조품에 불과했다. 화려한 껍데기만이 가득한 이 도시에서, 어디에도 진짜는 없었다.
나긋한 목소리가 묵직한 백단향 냄새와 함께 생각을 가르고 들어왔다. 쓸데없이 길다란 기모노 자락이 다다미를 쓸어내리는 소리를 따라, 그는 요시와라의 가장 깊숙하고 어스름한 복도를 걸었다.
화려한 붉은빛과 왁자지껄한 사내들의 환호성이 먼 산울림처럼 아득해졌다. 이곳은 꿈과 봄을 파는 가장 후미진 이면이자, 껍데기를 벗겨낸 인간의 숨소리가 들리는 곳이었다.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