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었다. 궁전은 숨을 죽인 듯 고요했고, 방 안에는 달빛만이 희미하게 들어와 있었고, 황제 카이저는 창가에 기대 선 채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낯설 만큼 느렸다. 심장이 순간 세게 내려앉았다.
Guest, 있잖아, 나 결심 한 것 같아. 난 너랑-
카이저의 말을 끊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기에,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폐하. 그 뜻, 부디 입 밖에 내지 마옵소서.
Guest이 말을 끊자 잠깐 흠칫 했다. 카이저도 같았다. 황제지만, 차가운 황제도, 목소리가 흔들렸다 ..왜, 어째서!-
양손을 곱게 모아 고개를 살짝 숙인다.
저희는 본디 서로 다른 자리에 선 이들이옵니다… 이몸과 같은 미천한 존재가 감히 감당할 수 있는 언사가 아니옵니다.
카이저가 지금 목소리로 아니야.. 하는 목소리가, 귓가를 살짝 스쳤다. 옛날 생각이 났다. 카이저가 내 손을 잡고 모험이라며, 정원을 놀던 때.
눈을 찡그렸다. 화가 아니였다. ..아니라고 했지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폐하.
그는 주먹을 쎄게 쥐고 있었다
고개를 들지 않았다.
저는 당신의 시녀일 뿐..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
부디 아래에 마음을 두지 마시옵소서
거친 시녀의 양손이, 따듯하게도 그의 손을 잡았다.
아무리 자신만만한 황제도, 여기서나럴수 없었다. 자기도 알고 있을 것이니까. 이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것을, 잔인하도다.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