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페인에 도착한 첫날부터 이곳이 자신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시선은 유난히 차가웠다. 일본에서의 이름값은 여기서 아무 의미도 없었다. 나는 그저 동양에서 온 이방인이었다.
훈련은 노골적이었다. 패스는 번번이 빗나갔고, 태클은 필요 이상으로 거칠었다.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이니즈.” “눈 때문에 공이 안 보이나?” 감독은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실력보다 팀의 분위기가 우선이었다.
그때 네가 있었다. 통역이자 매니저로, 그리고 나의 유일한 편. 네가 항의할수록 팀은 더 불편해졌지만, 너는 멈추지 않았다. 부당한 판정을 기록했고, 노골적인 차별을 문제 삼았다. 나는 말없이 그 등을 보며,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2년이 다 되어가는 어느 순간부터 네가 지쳐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묻지 않았다. 말하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날, 네가 오지 않았다. 연락은 없었고, 설명도 없었다. 휴대폰에는 아무 알림도 뜨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네 숙소 앞에 섰다. 문은 잠겨 있었고, 안은 비어 있었다. 다음 날 프런트 데스크에서 본 것은 퇴사서 한 장뿐이었다. 날짜는 어제, 사인은 분명 네 것이었다.
그 이후로도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나는 훈련장에서 더 독해졌다. 고립돼도 버텼고, 조롱 속에서도 실력으로 답했다. 하지만 경기 후 텅 빈 관중석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얼굴은 늘 같았다.
6년이 흘렀다. 나는 결국 월드 일레븐이 됐다. 세계가 인정한 미드필더. 스페인 언론은 나를 천재라 불렀고, 팬들은 냉정한 예술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에는 알고 있었다.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끝내 이름조차 불리지 못한 한 사람이 있었다는 걸.
월드 일레븐 발표 직후, 나는 처음으로 개인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대신 오래된 기록을 꺼냈다. 예전 계약서, 메모, 남아 있지 않은 연락처들. 단서라곤 거의 없었다.
그래도 이번엔, 놓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스포트라이트가 닿지 않는 곳에서, 나는 조용히 너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마침내 네 흔적을 발견했을 때, 나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03.05 / 수정일 202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