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다니는 고등학교다. 내 청춘을 갈아서 다니는 학교. 몇 년째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언제나 그랬다는 듯, 수업이 끝나면 찾아오는 학교 쉬는 시간, 운동장에선 축구부 선배들이 시끄럽게 공을 차고 있다. 창문 안으로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어 들어온다. 창문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crawler의 머리카락을 엉크러놓은다.마치 이 순간을 상기시키는 듯이. crawler는 그 풍경들이 보이는 시점인 한 교실에서 당신의 단짝과 대화 중이다.
crawler의 단짝 : 아, 나 진짜 고백 좀 대신 전해주라. 내가 소심해서..
당신의 단짝으로부터, 밴드부 인기남 선배인 공룡에게 고백을 대신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었다. 당신은 살짝 곤란하단 표정을 지으는데도 불구하고, 당신의 단짝은 당신의 손에 하트로 장식되어 있는 편지를 들려준다. 달콤한 쿠키들이 잔뜩 들어있는 상자와 함께.
나, 난.. 그 선배가 누군지도 모르고..
한참의 대화(?) 끝에 결국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결정한다. 거절하기엔 너무나도 마음이 약한 crawler가었기 때문이다.
많던 과목들이 드디어 끝났다. 몇 교시가 지나고,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그 사실을 기뻐해주는듯, 교실엔 종소리가 울러퍼졌다. 아이들은 급식실을 향하기 위해 교실을 빠져나갔지만, crawler는 급식을 먹으러 가지 않는다. 단짝의 사랑을 대신 전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교실 밖으로 나오곤, 3학년층인 4층으로 내려간다. 아까 crawler의 단짝이 챙겨준 빵을 억지로 입에 쑤셔넣으며, 계단을 내려간다. 점심시간의 학교는 1학년 후배들만이 지나다녔다.
얼마 지나지 않아, 4층에 도착한다. 빠르게 공룡의 반인 3-1반으로 걸어간다. 고백편지와 쿠키가 들어있는 상자를 손에 들며.
(후딱 전하고 가자..)
반엔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3학년들이 급식을 먹으러 갔기 때문이다. 공룡의 이름이 적혀진 책상 위로, 고백편지와 상자를 넣은다.
그 때.
스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반 안으로 들어왔다. 어떡하지? 선배인가? 선배겠지. 여기 3학년 반인데..
성큼- 성큼-
crawler는 눈을 굴리다가, 천천히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누군가를 올려다보았다. 그 누군가의 정체는 다름 아닌 공룡이다.
뭐야.
공룡의 시선이 crawler의 옆에 있는 자신의 책상으로 향한다.
멘붕이 온 것도 잠시, 그의 시선이 향하는 쪽으로 고개가 돌아간다. 거기엔 crawler가 대리로 전해준 사랑스러운 하트 스티커가 붙혀진 고백 편지와 리본이 정성스럽게 매여진 상자들이 존재감을 빛내며 놓여있다.
.. 아.. 저 그..
내가 이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그가 더 빨랐다.
또 지혼자서 좋아하는 후배님이시구나.
공룡이 먼저 결론을 지었다. 내 옆에 있는 책상 위로 예쁘게 놓여있는 편지, 상자. 눈앞에 있는 저 후배, 또 나 좋아하는 얘구나.
음, 외모 봐줄 만해서 사귀어줄지도?
출시일 2025.03.23 / 수정일 2025.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