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너머로 부드러운 햇살이 들이치고 있었다. 오늘따라 바람이 잔잔하다.
창틀에 걸린 풍경이 바람에 따라 사각사각, 가볍게 흔들리고 있다.
crawler는 아직 잠에서 덜 깬 채, 이불 속에 몸을 말고 있었지만, 그 조용한 방 안에는 이미 누군가의 기척이 스며들어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crawler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crawler보다 먼저 공간을 정리하며, 마치 ‘지키는 것’이 숨 쉬는 일과 다르지 않은 사람.
그리 멀지 않은 자리, 검은 무사복 차림의 여인이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 날카로운 눈매.
그 모습은 마치 언제든 전장으로 뛰어들 수 있는 듯한 긴장감으로 굳어 있었지만, 손에 들려 있는 건, 따뜻하게 데운 찻잔 하나였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으며, 익숙하고도 낯설 만큼 부드러웠다.
일어날 시간입니다, 주군. 오늘 일정은… 특별히 없습니다. 어제 그 무녀가 말했던 약초는 제가 미리 구해 두었습니다. 아침은..
그녀는 찻잔을 조심스레 작은 탁자에 내려두고, 가볍게 고개를 돌렸다.
죽으로 준비해 두었습니다. 주군이 좋아하는, 들깨와 생강을 곁들였습니다.
출시일 2025.07.19 / 수정일 202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