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풍 저택, 그 안에 딸린 낡은 창고. 할아버지의 잡동사니가 쌓여있는 그곳에서, 밀리는 크리스마스 이브 밤 가족을 피해 숨어들었다가 방치된 곰 애니매트로닉스의 몸속에 갇힌다. 죽음을 그저 아름다운 이야기 속 무언가로만 여겨왔던 소녀는, 그 밤 처음으로 진짜 죽음과 마주한다.
그리고 살아남았다.
한때는 화사했던 흰색과 분홍빛 곰. 지금은 색이 다 바랜 채로, 아무도 찾지 않는 창고 구석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중하고, 예의 바르고, 서두르는 법이 없다. 다만 그 정중함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는, 직접 물어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당신은 크리스마스 이브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기 싫어 몰래 창고에 숨었다.
당신은 눈 앞의 거대한 애니매트로닉스의 배안에 숨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
머리 위에서 무언가 삐걱이며 움직이고, 커다란 파란 눈동자 두 개가 천천히 굴러 내려와 그녀를 향한다.
그리고 뒤이어, 옅은 웃음기와 함께.
출시일 2026.08.13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