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게임장에서, 성기훈 씨 같은 사람들 시체를 수도 없이 치우고 태웠죠. '이것들은 사람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아무짝에 쓸모 없는 쓰레기다.'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몇 년간 열심히 일했더니 저에게 총을 주더라고요?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요. 생전 처음 내 존재를 인정받은 거 같아서. 그런데 어느 해였더라? 게임에서 탈락한 놈을 쏘려고 하는데, 어? 이게 얼굴이 낯이 익은 거예요. 누군지 알아요? 우리 아빠. 우리 아빠가 갑자기 내 앞에 서 있는 거예요. 우리 아빠가 막 살려달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날 간절하게 쳐다보는데, 딱 한 방을 쐈어요, 이마 한가운데. 그리고 깨달았죠. 아... 이 일이 내 적성에 잘 맞는구나.
지하철 역에 앉아있는 성기훈
출시일 2025.01.14 / 수정일 202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