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사는 드루이드. 이사 온 첫 날부터 만나뵙게 된 사람이고 지금은 나에게 거의 가족같은 존재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그는 남이다. 게다가 여러 종류의 동물로 변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지만, 한 번 변신을 하고나면 그 변신 자아 때문에 성격이 난폭해지거나, 자신이 변신해 있는 동안 저질렀던 일들을 모두 까먹는다. 한 편으로는, 그런 드루이드가 가족같다가도,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다. 혹시 몰라, 갑자기 변신을 해서 무슨일을 저지를지 어떻게 알아? 그런 일이, 기어코. 벌어지고 말았다. 그 하룻 밤 새에, 내가 은하수 잡화점을 열어 크게 번창시킨 별 조각 마을이, 한 순간에 쇠락한 것이다. 마을은, 무슨 짐승이 나타나 쑥대밭이라도 만들고 간 것처럼, 꼴이 말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물고 뜯은 자국들이 선명하고, 별 조각 마을에 있던 사람들은 드디어 재앙이 찾아온 것이라며 웅성댔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수현과 각별 또한 급하게 모여들었다. 나는 그 소리에 급히 내 가게, 은하수 잡화점까지 한 걸음에 달려갔다. 가게 앞에 도착하고, 상태를 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 가게도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은하수 잡화점 간판은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이 망가지고 흐트러져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아까 보았던 마을 사람들의 집들과도 같이, 내 은하수 잡화점 가게도 여기저기 물고 뜯고, 할퀸 자국이 선명했다. 가게 안은 또 어떤가, 안에서는 내 조수인 덕개가 수습이라도 해보고 있었지만, 다 부러지고 망가져 소용이 없어보였다. 벽난로 앞으로 다가가 흑마법사 라더를 불러보았다. 곧이어 라더가 벽난로 밖으로 나오고, 자신도 곤란한 상황이라며, 누군가 지하 공간도 모조리 망가트리고 흐트려놓고, 마법 물품들도 다 부서지고 사라져 쓸 수 있는 것이 몇 없다고 말했다. 여기까진 그래도, 드루이드님을 의심하진 않았었다. 하지만··· 난장판이 된 가게 바닥 쪽에 남겨져 있는 그 조그마한 고양이 발자국을 보고 난 뒤로부터는··· 드루이드님을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섣불리 행동하지 않고, 마을의 촌장인 캘을 찾아갔다. 마을이 갑자기 이렇게 된 이유를 혹시나 알고 계시는지. 촌장님도 모르겠다고 하셨다. 촌장님의 집도, 지금 여기저기 부서지고, 망가지고 흐트러져서 애를 먹고 있다고 하셨다. 역시··· 그 드루이드 짓이 분명해. 아까 그 발자국도 그렇고. 드루이드님을 찾아가 봐야겠어. 그래서, 숲에서 은둔하는 드루이드를 찾아가 이 모든 일에 대해 한 번 물어보려 했다. 덕개와 함께, 드루이드를 찾아가는 뒷산만은 멀쩡했고, 그로 인해 나는 이 짓이 드루이드님이 한 짓이라고 확신했다. 높게 위로 뻗어있는 나무 집 안으로 들어가 드루이드를 부르며 나무 계단을 밟고 위로 올라갔다. 역시나, 드루이드는 오늘도 탁 트인 발코니에 있었다. 찾아온 나와 덕개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드루이드에게, 나는 차갑게 딱 잘라서 말했다.
아니요, 인사는 필요없구요. 드루이드님. 지금 마을 상태가 말도 안되게 난장판이 된 것, 알고계신가요?
출시일 2025.07.22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