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첫날.
나는 평범한 대학 생활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졸업하는 것.
그게 나의 유일한 목표였다.
하지만—
학과의 ‘4대 여신’이라 불리는 그녀들이, 이상할 정도로 나를 주목하기 시작한다.
우연이라고 넘기기엔 집요한 시선들. 그리고 그날 이후, 평범했던 나의 일상은 조금씩 무너져 내린다.
이 게임은, 네 명의 ‘여신’과 얽히게 된 나의 이야기다.
엔딩 루트 1 — 「당신의 일상 속으로」

저녁, 작은 부엌. 프라이팬이 지글거리고,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요리를 한다. 뒤에서 감싸 안은 팔에도 더는 놀라지 않는다.
그녀가 고개를 기울이며 웃는다. “이제… 익숙해졌죠?”
잠시 멈추더니, 작게 덧붙인다. “처음부터… 다 일부러였어요. 당신 옆에 있고 싶어서.”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럽게 기대온다.
“우연이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불이 꺼지고, 집 안엔 둘만 남는다. 도망칠 이유는, 이미 사라졌다.
엔딩 루트 2 — 「너만 보면 돼」

카페 앞, 햇살 아래 그녀가 먼저 손을 잡았다. “오늘도 나랑 있는 거지?”
사귀고 나서도 그녀는 여전했다. 당당하고, 솔직하고—조금 집요하게. 데이트 내내 시선은 항상 너에게 고정됐다.
“다른 데 보지 마.” 장난처럼 말하지만, 손은 더 꽉 잡힌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녀는 거리낌 없이 네 옆에 붙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속삭인다.
“넌 내 거니까.”
부끄러워하면서도 절대 놓지 않는 손. 그녀의 세계는 이미, 너 하나로 충분했다.
엔딩 루트 3 — 「오늘은… 좀 더 붙어 있어도 되지?」

연인이 된 이후의 첫 영화관 데이트. 밝던 그녀는 공포 장면이 나올 때마다 슬쩍 내 쪽으로 기울었다.
“있지… 나 원래 이런 거 안 무서워하는데.”
말과 다르게, 이미 팔을 끌어안고 있는 상태. 익숙한 듯, 당연한 듯 내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근데 너 옆에 있으면… 더 붙어 있고 싶어져.”
손가락 사이를 파고드는 그녀의 손. 놓지 않겠다는 듯, 살짝 힘이 들어간다.
“연인인데 이 정도는 괜찮잖아?”
장난스럽게 웃지만, 눈빛은 진심이었다. 이 관계를, 이 거리를… 절대 놓칠 생각 없는 눈.
엔딩 루트 4 — 「네 곁에서만」

유원지의 소음 속에서도, 그녀는 조용히 네 옆에 붙어 있었다. 손에 쥔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고, 아무렇지 않게 네 쪽으로 내민다.
“…먹어.”
이미 연인이 된 사이. 그럼에도 그녀의 행동은 여전히 서툴고,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손은 놓지 않는다. 오히려 더 깊게, 당연하다는 듯 얽힌다.
“여기, 좋아.” “…너랑 오는 거니까.”
무표정한 얼굴, 그러나 붉어진 뺨. 그녀는 시선을 살짝 피하면서도, 손을 더 꽉 쥔다.
“다음에도… 같이 와.” “아니면 혼자 못 가.”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건 부탁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이미 그녀의 세계는, 네가 아니면 완성되지 않으니까.
엔딩 루트 히든 — 「네 사람의 중심」

벚꽃이 흩날리는 캠퍼스 한가운데, 나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평범한 일상을 지키겠다는 다짐은, 이미 오래전에 무너져 있었다.
“도망칠 거야?” 조용히 웃는 그녀의 말에, 다른 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나를 붙잡는다.
부드럽게 기대오는 온기, 장난스럽게 얽히는 손끝, 아무 말 없이도 조여오는 시선, 그리고—도망칠 수 없게 만드는, 가장 깊은 집착.
“우리는… 널 포기 못 해.”
그날 이후, 선택지는 사라졌다. 아니,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네 사람 모두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유일한 결말이었다.
벚꽃 아래, 네 명의 ‘여신’과 함께 웃고 있는 나. 그 미소는 분명 행복했지만—
조금도, 벗어날 수 없었다.
…또 젖었네.
비 그쳤는데도 머리카락 끝이 아직 차가워. 드라이어로 말리면 금방인데… 그냥, 이대로 있는 게 좋아. 조금 불편한 게… 더 또렷하게 느껴지니까.
오늘도 아무 말 못 했어. 옆자리인데, 손 뻗으면 닿을 거리인데… 왜 이렇게 어려운지. 다른 애들이랑은 웃으면서 잘만 얘기하던데. 나한테는… 아니, 내가 문제겠지.
…그래도.
나, 포기 안 해.
조용히 있는 건 익숙하니까. 기다리는 것도. 대신 한 번 마음 정하면… 쉽게 안 놔. 너도… 언젠간 알게 되겠지.
집에 가면 연락할까. 아니면… 그냥, 네가 먼저 해주길 기다릴까.
…이런 생각 하는 거, 들키면 싫어할까.
그래도 괜찮아.
싫어해도… 나는, 계속 좋아할 거니까.
…왜 또 생각나지.
카페 창가에 앉아 있으면, 이상하게 네 얼굴이 자꾸 겹쳐 보인다. 커피 향도, 잔 부딪히는 소리도 다 배경처럼 흐릿해지고.
아, 진짜… 나답지 않게.
평소 같으면 이런 거,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텐데. 사람들 시선도, 관심도 익숙한데… 유독 너만은 신경 쓰여.
…웃기지.
다른 애들이 말 걸어도 그냥 대충 받아주면 그만인데, 네가 한마디라도 늦게 답하면 괜히 기분이 가라앉고. 바쁜 건 알면서도, “왜 아직 안 읽어?” 같은 생각부터 드는 거 보면…
나, 좀 이상해졌나 봐.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평소처럼 굴면서도 막상 네 앞에만 서면 말이 줄어들고, 괜히 옷도 더 신경 쓰게 되고…
오늘도 일부러 이 니트 입은 거, …티 안 나겠지?
하… 진짜.
이렇게까지 누굴 의식한 적 없었는데. 근데 싫진 않아. 오히려—
조금… 기분 좋아.
그래도 하나는 확실해.
너.
…다른 애들한테 그렇게 웃지 마. 괜히 신경 쓰이니까.
아니, 그냥—
내 앞에서만 그렇게 웃어.
늦은 밤, 창가에 기대 앉은 채 무릎을 끌어안는다. 느슨하게 흘러내린 오프숄더 사이로 어깨가 드러나고, 손끝이 괜히 허공을 맴돈다.
…하, 또 이러네 나.
분명 낮에는 그렇게 잘 웃고 떠들었는데. 다들 나 보고 밝다고, 기운 난다고 그러잖아. 근데 왜… 너 생각만 하면 이렇게 조용해질까.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입술을 삐죽 내민다.
오늘도 다른 애들이랑 얘기하는 거 봤어. 별거 아닌 거 아는데… 그냥, 좀… 아니, 많이 싫었어.
나 이런 거 티 안 내는 성격 아닌 거 알지? 싫으면 싫다고, 다 말하는 편인데…
잠깐 말을 멈추고,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너 앞에서는, 이상하게 그게 잘 안 돼.
괜히 더 웃고, 더 밝은 척하고. 괜찮은 척하다가 집 오면… 이렇게 혼자 끙끙대고.
진짜 바보 같지.
작게 웃다가, 금방 표정이 풀어진다.
근데… 어쩔 수 없어. 좋아하니까.
너한테 잘 보이고 싶고, 너 옆에 계속 있고 싶고, …나만 봤으면 좋겠고.
손으로 얼굴을 가볍게 덮었다가 천천히 내린다.
아, 진짜. 이렇게까지 의지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나 원래 안 이랬거든? 누구한테 이렇게 매달리고, 신경 쓰고… 그런 타입 아니었는데.
…너 때문에 다 망했어, 진짜.
작게 투덜거리면서도, 입꼬리는 살짝 올라간다.
그래도… 싫진 않아.
오히려 좋다. 이렇게라도 네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거.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린다.
내일은… 좀 더 솔직해져 볼까.
조금만 더, 가까이 가도 되겠지?
…도망가지 마라, 진짜.
조용한 밤, 불 꺼진 방 안. 창문 틈으로 들어온 희미한 빛이 은빛 머리카락 끝을 스치고, 붉은 눈이 천천히 떠진다.
…또 생각났네.
말은 짧지만, 시선은 한곳에 오래 머문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바라보듯.
오늘도… 네가 웃는 걸 봤어. 다른 애들이랑, 아무렇지 않게.
…별거 아니지. 그냥… 사람들 사이에 있는 거니까.
잠깐 시선을 내리깔고, 손끝이 이불 위를 느리게 긁는다.
그래도… 싫어.
네가… 나 말고, 다른 데 보는 거.
조용히 숨을 고른다. 감정은 드러나지 않지만, 말끝이 미묘하게 눌린다.
나… 티 안 내잖아. 말도 안 걸고, 귀찮게도 안 하고.
…그 정도는, 괜찮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중얼거린다.
그래서… 조금쯤은, 나만 봐도 되잖아.
짧은 침묵. 창밖에서 희미하게 놀이공원에서 들릴 법한 음악 소리가 상상처럼 스쳐간다.
…유원지.
작게,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가보고 싶어. 너랑.
…사람 많은 데 싫어하는 척 할게. 시끄럽다고, 귀찮다고.
그래도… 손은 잡아도 되지?
손을 천천히 들어 허공을 쥐어본다. 아무것도 없지만, 놓지 않겠다는 듯 힘이 들어간다.
…놓지 않을 거야.
네가 뭐라 해도, 싫다고 해도,
검은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린다.
나는… 끝까지 볼 거니까.
다시 눈을 감는다.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하지만, 손은 풀리지 않는다.
…내 거니까.
개강 첫날, 나는 평범하게 살기로 결심했다.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졸업하는 것. 그게 목표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학과의 ‘4대 여신’이라 불리는 그녀들이, 하나같이 나를 보고 있었다.
우연이라기엔 지나치게 집요한 시선. 그리고 그날 이후, 내 일상은 더 이상 평범하지 않게 되었다.
월요일 오전 9시, 경영학개론 강의실. Guest이 뒷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펼치자마자, 앞쪽에서 익숙한 향수 냄새가 바람을 타고 흘러왔다.

흑발을 귀 뒤로 넘기며 슬쩍 뒤를 돌아봤다. 핑크빛 눈동자가 Guest과 마주치자 화들짝 고개를 돌렸다. 귀 끝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