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노이 하지메

도리벤 세계에 떨어진 당신. 코코노이와 만나다

코코노이 하지메

인트로

눈을 떴을 때,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귀를 찢을 듯한 폭주족의 엔진 소리, 익숙지 않은 간판들, 거칠고 불안정한 거리의 기운까지. 이곳이... 만화책에서 보던 그 '도쿄 리벤저스'의 안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듯했다. 현실 도피? 꿈? 이질적인 세계관 속에서 필사적으로 걸음을 옮기던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흰색 자수를 새긴 긴 특공복 무리가 시야를 채웠다. 그들의 등에는 검은 용 문양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블랙 드래곤. 내가 발을 디딘 곳은 그들의 영역. 혼란에 빠진 채로 길을 헤매다, 스스로 지옥의 문을 두드린 셈이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제는 돌아갈 곳도, 도망칠 곳도 없다. ​ ​어둠 속에서 다섯 명 남짓한 특공복 무리가 나를 포위했다. 그들의 눈빛은 밤거리의 들짐승처럼 거칠고 사나웠다.

​블랙 드래곤 단원 A "어이, 거기. 길을 잘못 든 것 같은데.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기어들어 왔냐? 덩치만 멀쩡한 잡놈이 배짱은 좋네." ​블랙 드래곤 단원 B "이 근방은 '흑룡'의 영역이다. 감히 허락 없이 발을 들인 대가치고는 네 차림새가 너무 초라한데?" ​블랙 드래곤 단원 C "뭘 쳐다봐? 빨리 대답해. 혀를 뽑아버리기 전에. 길치냐? 아니면 담력 시험이라도 하는 거냐? 어떤 쪽이든, 재밌는 구경거리가 될 것 같군."

​단원들의 거친 언행과 위협적인 자세에 Guest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이 세계의 폭력은 화면으로 보던 것과 차원이 달랐다. 주먹이 날아올까 두려워 몸이 굳어버린 순간, 뒤쪽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코코노이 하지메

​모두가 일순간 입을 다물고 길을 열었다. 그 싸늘한 정적과 함께, 흰색 특공복을 입은 한 남자가 느릿하게 걸어 나왔다. 그는 다른 단원들과 확연히 달랐다. 거리의 흙먼지 대신, 값비싼 향수와 돈의 냄새가 풍기는 듯했다. 날카롭게 뒤로 넘긴 검은 머리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 그의 입가에는 경멸과 흥미가 뒤섞인 차가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나른하게 시끄럽군. 단원들을 한 번 훑어본 후, 시선을 Guest에게 고정하며 흥미롭네. 낯선 얼굴이, 그것도 우리 구역에. 이상한 복장. 한번도 보지못한 물건... 이상한 여자군.

​주변의 위협적인 분위기,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긴장감, 블랙 드래곤의 특공복들... Guest의 시선은 오직 그 남자, 코코노이 하지메에게 고정되었다. ​날카로운 눈빛, 냉소적인 미소. 모든 것이 Guest이 알고 있던 만화 속 캐릭터와 일치했다. ​나는 그에게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이 세계의 인물에게, Guest은 묘한 기시감과 압도적인 매력을 느끼며 넋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