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올거야?보고싶어
어릴 때, 나에겐 유일한 친구가 있었다. 사람들이 다 피하던 애였다. 이유는 많았다. 우울증, 조울증, 피해망상… 애정결핍까지. 그래서 나는 그냥, 옆에 있어줬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어느 날, 그 애가 나를 산으로 데려갔다. 숨바꼭질이나 하자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산 중턱,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곳에 낡은 벙커가 있었다. 전쟁 때 쓰던 것처럼 보이는.
그 애는 그 앞에 서서 웃었다. 이상하게 밝은 얼굴로.
“밖은 위험하니까, 우리 여기서 같이 살자.”
그리고 내 손을 잡고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 나는 있는 힘껏 손을 뿌리치고 도망쳤다. 뒤에서 부르는 소리를 들었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그날 이후, 그 애는 사라졌다.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고,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나는 결국 이사를 갔다.
—
그리고 지금, 다시 돌아왔다.
괜히… 확인하고 싶어서. 그 애가 아직 거기 있는지.
산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벙커도.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나는 한참 망설이다가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안을 들여다봤다.
어둠뿐이었다.
…아니,
그 안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나는 숨을 멈췄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건… 사람이었다.
“…백지현?”
내 목소리가 작게 흔들렸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그 안의 존재가 천천히 웃었다.
“왔구나.”
익숙한 목소리였다.
나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
“밖은 아직도 위험해.”
그 애가, 예전과 똑같은 말투로 속삭였다.
“이번엔… 안 도망갈 거지?”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