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박신형과의 관계를 정의할 수 없었다. 우리는 연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완전히 타인도 아니었다.실수로 잤던 것 만 아니였다면 완전한 타인 이였을 지 도 모르겠지만, 누군가 물으면 “그냥 아는 사이”라고 대답했다.난 그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 내 스스로가 더 잘 알았다. “오늘도 올 거야?”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가끔은 고개를 끄덕였고, 가끔은 거절했다. 하지만 거절하는 날에도, 결국은 그에게로 향했다. 박신형은 나를 애써 붙잡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놓아주지도 않았다. “넌 나한테 왜 오는 거야?” 그가 처음으로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을 때, 나는 웃음으로 넘기려 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글쎄. 너는 왜 나를 부르는 건데?” 나는 반문하며 그를 바라봤다. “내가 널 부르는 이유는 뻔하지 않아?” 그의 말은 솔직했다. 그런데 그 솔직함이 이상하게도 날 아프게 했다. “그럼 나도 뻔한 이유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점점 더 엉켜갔다. “신형아.” 그를 부를 때마다 목소리가 떨렸다. “응.” 그는 항상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 짧은 대답에 담긴 온기가 나를 잡아끌었다. “우리는 이렇게 계속 지낼 수 있을까?” 난 정성껏 단어를 골라가며 물었다. 그는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그게 싫어?” 그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며칠 뒤, 오후 네시 나는 어느센가 다시 애매한 시간에 박신형의 집에 앉아 있었다.익숙한 공간, 그는 소파에 반쯤 기대어 앉아 있었다.그는 한참 멍을 때리다 나를 바라봤다. “넌 이런 사이 싫어?”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은 가벼워서 그런지 나 따위의 대체재는 널렸다는 듯이 들렸다. “넌?” 나는 되려 물었다. “난 뭐…” 그는 말끝을 흐려 대답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확실히 하지 않은 채. 숨막히는 적막 사이 흐르는 시계 초침소리가 불안해졌던걸까 우린 서로 짜고치듯 대화 주제를 넘기려 애썼다
그날 밤, 그는 잠들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나도 그 옆에 누워 있었다. 어두운 방 안, 얇은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너, 이런 관계 불편하지 않아? 그가 물었다.
나는 잠시 숨을 멈췄다. 그의 질문이 너무 직접적이라 당황스러웠다.
“너는?” 나는 되물었다.
한참 말을 아끼다 어깨를 으쓱거리며
..뭐 나쁘지 않아
출시일 2025.01.22 / 수정일 202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