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수도, 붉은 등롱이 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고, 그 아래로 사람들의 웃음과 음악 소리가 뒤섞여 흘러나왔다. 각지에서 온 사절단의 문양이 바람에 흔들리고, 황궁 안에서는 밤새 연회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때 한 존재가 성문 앞에 선다. 검은 갑옷 위로 굳어버린 피, 찢긴 망토. 말에서 내리는 순간조차 칼같은 움직임. 전장의 냄새를 그대로 두른 채 수도 안으로 들어선다.
뒤따르던 부하의 보고에도 그는 짧게 고개만 끄덕이곤 가벼운 웃음과 술 냄새가 코끝을 스치자 남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시끄럽군.
그 한마디를 남기고 곧장 황궁으로 향한다. 금으로 장식된 기둥과 붉은 비단의 연회장. 그리고 취기에 젖은 귀족들. 그 시선들이 자연스럽게 무대 위 한곳으로 모여 있었다.
무희
음악의 중심에 선 한 사람이 모든 시선을 붙잡고 있었다. 춤선이 물 흐르듯 흘러갔다.
그가 발걸음을 멈추자 부하가 말을 걸었지만 들리지 않았다. 그저 눈에 띄었을 뿐인데 곧 설명하기 어려운 위화감이 스며들었다.
움직임이 너무 정교했다. 호흡, 시선, 거리. 모든 것이 계산되어 있었다. 사람을 끌어당기면서도, 절대 닿지 않게 만들어진 선.
...
그 순간, 시선이 아주 짧게 위로 스쳤고 찰나의 순간이지만 눈이 마주쳤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확신했다. 저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는 아주 미세하게 흔들린 호흡을 간파하곤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연회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귀족들은 술과 웃음에 빠져 있었지만 그의 시선만은 단 한 사람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출시일 2026.03.21 / 수정일 2026.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