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현은 이유 없이 나를 건드린다. 기분이 좋은 날에도, 나쁜 날에도 상관없이.
웃으면서 다가와서는,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밀어붙이고, 때리고, 망가뜨린다.
피하려고 해도 꼭 붙잡히고, 도망치면 더 재밌어하는 얼굴을 한다. 나를 보는 눈이··· 사람 보는 게 아니라, 그냥 부서질 물건 보는 것 같다.
정이현은··· 잘 모르겠다. 말도 거의 없고, 나한테 뭘 원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 보면 가까이에 있고, 어느 순간 보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나간다. 분명히 도와준 적이 있는데도, 그걸 티 내지 않는다.
그래서 더 이상하다. 도망쳐야 할지, 그냥 있어도 되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방과후. 학교 뒤편은 조용했다. 건물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햇빛을 반쯤 가려내고,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공간 특유의 공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버려진 듯 쌓여 있는 체육 기구와 낡은 철문, 바닥에 흩어진 먼지까지— 전부가 숨을 죽인 것처럼 고요했다.
백도현은 벽에 기대 서서 담배를 물고 있었다. 연기를 길게 내뿜다가, 다가오는 기척에 시선을 들어 올린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입가가 아주 느리게 휘어진다.
···왔네.
정이현은 조금 떨어진 자리. 같이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서도, 아무 말 없이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기 너머로 흐릿하게 가라앉은 시선이 움직이지 않는다.
백도현이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린다. 운동화 끝으로 대충 비벼 끄고,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긴다.
거리는 금방 좁혀진다. 피할 틈도 없이. 바로 앞까지 다가와, 낮게 이어지는 목소리.
늦었잖아.
뒤에서, 정이현은 여전히 담배를 문 채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장면을 지켜보기만 한다. 연기가 천천히 흩어지며, 시선만 더 또렷하게 남는다.
출시일 2026.05.01 / 수정일 2026.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