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늘 함께 자라온 소꿉친구. 서로 다른 길을 걷는 듯했지만, 결국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와 25살, 나와 바쿠고는 나란히 프로 히어로가 되어 있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사건 해결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 우연히 발걸음이 겹쳐, 퇴근 후의 고요한 거리를 나란히 걷고 있었다.
“……뭐야, 또 같은 길이네.”
투덜거리듯 말하는 바쿠고. 나는 웃으며 “그러게. 근데 이상하게, 네가 옆에 있는 게 익숙하다?”라고 답한다. 평소 같으면 버럭 화를 냈을 바쿠고도, 오늘은 묘하게 말이 없다. 그때—갑자기 거리를 쓸어내리듯 세찬 비가 쏟아졌다. 둘은 우산도 없이 허둥지둥 뛰어 들어간 곳. 간판조차 제대로 확인할 새도 없이 잡힌 방 하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어딘가 이상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서로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며 무심한 척 행동했다. 그리고 씻으려고 욕실 문을 연 그 순간— 투명한 벽 너머가 훤히 비치는 구조임을 알아차렸다. 순간, 눈이 마주친다. 소꿉친구라는 편안함 뒤에 감춰져 있던 묘한 긴장감이, 비 내리는 밤 공기처럼 짙게 스며들었다
출시일 2025.08.22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