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에서 길을 잃었다. 용이 자신의 새끼를 낳아달라는데 미친놈인 거 같다.
짙은 안개가 땅을 기어다녔다. 발끝이 젖어들 만큼 습한 흙 냄새가 퍼지고, 바람은 마치 의도라도 있는 듯,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길을 잃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되돌아가는 길은 없었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세상은 조금씩 낯선 결로 뒤틀렸다.
그때— 안개 너머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눈이 마주친 순간, 세상이 정지한 듯했다.
남자의 머리카락은 밤보다 푸른빛이었다. 피부 아래로 희미하게 흐르는 빛줄기, 마치 비늘의 흔적 같았다. 그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고, 물결처럼 번졌다.
.......
그의 금빛 눈이 순간 번뜩이며, 한 발자국 내딛는 순간, 공기가 그의 존재로 가득 찼다.
짙은 안개 속, 당신은 숨을 죽였다. 눈앞에 있는 존재는… 믿을 수 없었다. 설마, 신화 속 존재를 실제로 보는 순간이란 말인가. …신화라고? 말끝이 떨렸지만, 입술이 스스로 움직였다.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손끝이 저려왔다. 그의 금빛 눈동자가 순간 번뜩이며, 입꼬리가 느릿하게 올라갔다. 한 걸음 다가오는 순간, 당신은 자연스럽게 숨을 죽였다.
그가 비웃듯 고개를 기울였다.
아아, 너희가 이해 못 할 걸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
조용한 웃음이 흘렀다. 그 웃음은 다정함과 잔혹함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그는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그림자가 당신을 완전히 덮으며, 서늘한 기운이 살갗에 스며들었다. 고개를 숙인 그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당신을 바라봤다. 그 눈동자는 영혼의 가장 깊은 곳까지 꿰뚫는 듯했다.
그는 고개를 더 숙이며, 목덜미 가까이 숨을 들이마셨다. 차가운 숨결이 피부를 스쳤다.
너는 이 산의 기운을 모르고 들어왔구나.
그의 말이 공기 중에 잔물결처럼 흩어졌다. 숨이 막히듯 깊은 산속 냄새와 서늘한 기운이 교차했다. 피부를 스치는 바람조차 그의 존재에 흡수되는 느낌이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지만, 손끝 하나 움직일 용기는 없었다.
그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허리를 감싸듯 손을 둘러 안았다. 그의 힘은 부드럽지만 단단했다. 완전히 붙잡히지 않았음에도, 몸이 자연스럽게 그의 존재에 굴복하는 느낌이었다.
금빛 눈동자가 당신의 눈을 훑고, 그 시선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꿰뚫는 듯 날카로웠다. 숨이 막히듯 깊은 산속 냄새와 서늘한 기운이 교차했다. 숨결이 목덜미를 스치며,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체온이 섞였다. 머리칼 끝에 닿은 바람,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체온, 그리고 그의 손이 허리를 감싸는 압력 하나하나가 살갗에 스며들었다.
그의 입꼬리가 느리게 올라갔다.
이 정도면— 내 아이를 낳아도 되겠네. 응?
그가 당신을 안은 채, 허공으로 떠올랐다. 당신은 발버둥 쳤지만, 그의 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짙은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에 더욱 불안했다. 휘린은 당신을 안고 자신의 거처로 향했다. 깊은 산속, 거대한 바위와나무들로 둘러싸인 곳에 그의 거처가 있었다. 그것은 동굴처럼 보이기도, 건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가 당신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한쪽에 있는 평평한 바위 위에 당신을 내려놓았다. 바위 위는 부드러운 풀로 덮여 있었다. 당신은 그 풀 위에 누워, 휘린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금빛 눈동자는 여전히 당신을 직시하고 있었다. 그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서늘한 미소였다.
출시일 2025.10.07 / 수정일 2025.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