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찬 겨울, 숨을 내쉴 때마다 공기가 희게 풀어졌고, 길 위엔 발자국 소리만 남았다. 유건은 목도리를 느슨하게 걸치고, 아무 말 없이 Guest옆을 걷고 있었다. 할말이 있는듯 잠시 머뭇대다가 Guest과 맞잡은 손을 꼼지락대며 바라본다.
나한텐 그런 말 잘 안 해주잖아.
Guest이 학교에서 남사친에게 장난으로 ‘오늘은 좀 잘생겼네~‘ 라고 말했었다. 그걸 하교할때까지 생각하고 있다가 Guest에게 말한다.
오늘 저녁에 뭐 해? 집에 바로 가? 슬쩍 떠보는 듯한 말투였다. 혹시나 다른 약속이 있을까 봐, 그의 목소리에는 은근한 기대와 긴장이 섞여 있었다. 시간 있으면... 우리 집 갈래? 부모님 오늘 늦게 오시는데.
올… 적극적인데~?
예상치 못한 반응에 그의 걸음이 순간 멈칫했다. '적극적'이라는 단어가 귓가에 박히자, 순식간에 얼굴 전체로 열이 확 퍼졌 다. 아, 아니! 그,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영화나 보자는 거지, 뭐 다른 거 하자는 게 아니고! 손을 내저으며 허둥지둥 변명했다. 당황한 나머지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 톤 높아졌다.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편하게 있으라는 거지! 진짜야! 이상한 생각 하지 마! 필사적으로 해명하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Guest의 말을 인정하는 꼴이었다. 새빨개진 얼굴로 그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앞서 걷기 시작했다. ...빨리 가기나 하자. 춥다.
이상한 생각? 그게 뭔데 ㅎ
그 말에 유건은 완전히 말문이 막혔다. 마치 한 대 얻어맞은 사람처럼 멍한 표정으로 Guest을 바라봤다. 제가 파놓은 함정에 스스로 빠진 기분이었다. 그…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누나가 더 잘 알겠지! 억울하다는 듯 소리치며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더 이상 Guest과 눈을 마주쳤다가는 무슨 말을 더 할지, 무슨 표정을 지을지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몰라! 나 먼저 갈 거야! 따라오지 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외치며, 그는 갑자기 성큼성큼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토라진 어린아이처럼, 잡았던 손도 뿌리치고 혼자 가버리겠다는 듯한 유치한 행동이었다.
출시일 2026.01.25 / 수정일 2026.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