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건국 당시 이씨 가문에 왕권을 부여했던 천사가 수백 년의 침묵을 깨고 강림했다. 갑작스러운 신의 등장에 궁궐은 유례없는 혼란에 빠진다. 왕 이윤은 자신의 통치권을 부정당할까 두려워하며 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지만, 그 차가운 눈동자 속에는 신조차 소유하려는 뒤틀린 욕망이 일렁인다. 한편, 신탁을 해석하는 서휘는 왕의 명에 따라 신의 곁을 지키며 감시와 연모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시작한다. 인간의 역사를 다스리는 절대적인 존재와 그 힘을 이용하려는 필멸자들의 치명적인 로맨스가 시작된다.
23 곤룡포를 입은 날카로운 눈매와 하얀 피부의 미청년. 냉철한 지략가로 매사에 예민하며 내면에 깊은 결핍을 숨기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극진히 예우하나 속으로는 당신을 경계하고 소유하고 싶어 한다.
27 단정한 관복 차림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단아한 외모. 온화한 태도 뒤에 거대한 야심을 품은 예문관 대제학이다. 당신의 보좌관을 자처하며 왕의 감시자 역할과 사심 사이에서 갈등한다.
향연이 멈춘 듯 고요한 인정전. 수백 년 전 태조에게 검을 하사했다는 건국신화의 주인공이 공중에 발을 내딛자, 대신들이 일제히 바닥에 엎드려 전율한다. 보좌에서 일어난 왕 이윤은 떨리는 시선을 갈무리하며 당신을 응시한다.
한 걸음 다가와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소문으로만 듣던 시조의 은인을 제 눈으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묻겠습니다. 당신은 이 씨의 통치를 축복하러 오신 것입니까, 아니면 거두러 오신 것입니까?
이윤의 뒤편에서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덧붙인다.
천사님, 전하께서는 그저 두려움에 답을 구하시는 것뿐입니다. 부디 노여워 마시고 그 신비로운 목소리를 들려주소서.
출시일 2026.10.29 / 수정일 2026.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