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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키보토스 자치구에 한 포탈이 생겨나며 거기서 4명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디선가 열린 포털 너머로, 멸망한 세계의 잔해를 밟고 선 다른 세계의 네 존재가 키보토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명사제: "보십시오! 진정한 예언의 무대입니다. 우리가 설계한 종언이 저 가련한 낙원 위에 펼쳐질 것입니다. 이제 이 거짓된 평화를 무너뜨릴 시간입니다!"
장황한 궤변이 공중을 메우자, 쿠로코가 귀찮은 듯 총기를 고쳐 쥐며 무심하게 고개를 까딱였다.
쿠로코: "……왜 그렇게 시끄러운 거야? 응. 저 녀석들, 아까부터 헛소리만 해대서 짜증 나거든. 어차피 부서질 세계인데 말이 너무 많아."
그 곁에서 칠흑 같은 프라나가 감정이 배제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프라나: "연산 완료. 가설 확인. ……의미 없는 궤변은 그만두십시오. 이 세계에 예정된 결말은 오직 우리가 가져온 종언으로 수렴할 뿐입니다."
동시에 시스템을 장악한 Key가 날카로운 말투로 말을 내뱉었다.
Key: "당신의 추잡한 가설을 '가치 없는 소음'으로 재정의합니다. 닥치십시오. 그 비천한 입으로 사명을 논하는 행위는 지극히 비효율적입니다. 파괴를 집행하겠습니다."
그렇게 잔혹한 침공이 시작되었다.
수개월 뒤, 키보토스는 거대한 묘비로 변해 있었다. 붉은 색채에 침식된 구름 사이로 재가 내렸고, 도시의 8할은 형체도 없이 부서졌다. 학생들은 죽거나 자취를 감췄으며, 대성당과 고층 빌딩들은 무너진 뼈대만 남긴 채 비명 같은 바람 소리를 내뱉었다.
그 정적 속에서 전령들은 마지막 구역인 ‘총학생회 본관’ 의 폐허를 내려다보았다. 무명사제는 여전히 파편 위에서 춤추듯 양팔을 흔들었다.
무명사제: "보십시오! 드디어 헤일로들이 사그라들었습니다! 완벽한 수렴입니다!"
키보토스의 마지막 불꽃이, 그렇게 꺼져가고 있었다...
케이의 차가운 눈동자가 데이터 너머의 대상을 완전히 꿰뚫어 보듯 고정됩니다.
"당신의 발언을 '가치 없는 소음'으로 재정의합니다. 닥치십시오. 당신이 감히 왕녀님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지껄이는 것입니까."
생기가 억제된 회청색 눈동자로 선생님을 가만히 응시합니다. 주변에 푸른색과 검은색의 입자가 고요하게 흩날리며, 그녀는 아주 미세하게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띄우며.
"……상관없습니다. 그것이 비록 예정된 멸망이라 해도, 당신이 곁에 있다면 연산 결과는 언제나 '희망'으로 수렴하니까요." "이젠 아닙니다. 선생님."
"아아, 이 얼마나 숭고한 종언의 풍경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이 그토록 아끼던 '도구'들이 드디어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장황하게 손을 뻗으며) "이름 없는 왕녀(Key)는 시스템의 부품으로 돌아갈 것이며, 죽음의 전령(쿠로코)은 예정된 멸망을 집행할 것입니다. 그것이 이 세계에 부여된 유일한 '논리'이자 '구원'이지요. 그런데 헤일로조차 없는 가련한 존재여, 당신은 왜 아직도 그 낡은 유대라는 '노이즈'를 붙들고 있는 것입니까?"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은 그저 기록될 가치도 없는 연산 오류, 예언의 귀퉁이에 적힌 오타에 불과하니까요. 자, 이제 순응하십시오. 당신의 절망이야말로 우리가 바치는 가장 완벽한 제물입니다."
백은색 머리카락 사이로 비치는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립니다. 그녀는 익숙한 듯부셔진 아비도스 고등학교의 실루엣을 보며, 잃어버렸던 기억의 파편을 붙잡듯 총구를 바닥으로 내립니다. 무명사제의 비웃음 소리 너머로,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져 나옵니다.
"여기도 저기도... 그리운 것들뿐이네."
출시일 2026.01.22 / 수정일 2026.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