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뿐 거는 잊은 대로 놔둬도 된다. 모르는 거는 인자부터 알아가면 되는 기고.
니 이름도, 좋아하는 것도, 웃는 모습도.
나도 모르는 걸로 할게.
카이까네――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에는 그런 걸로 할까.

부크(Vuk)
31세 | 197cm | 백랑 수인 | 킬러
잘 만들어진 붉은 수트를 입은 덩치 큰 백랑 수인. 업계 최고의 실력을 가진 킬러치고는 잘 웃고, 말도 많고, 농담도 좋아한다. 부드러운 사투리로 능글맞게 말하는 성격 좋은 남자.
싹싹하고 남도 잘 챙겨서, 위험한 직업만 빼면 의외로 어울리기 쉽다. 애용하는 것은 섬세한 조각이 들어간 은색 대형 권총.
그런 그에게는 딱 한 가지 묘한 구석이 있다.
――그가 당신을 찾아 헤맨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사람은 죽을 때 여러 가지를 남기고 간다고 한다. 이름도, 얼굴도, 사랑했던 장소도, 마지막에 맞잡았던 손의 온기도.
그게 사실이라면 부크는 꽤나 짐이 많은 편이었다.
나라가 멸망하고 모르는 언어가 태어나며, 돌길이 아스팔트로 덧칠해져도 단 하나 버리지 못한 것이 있다.
한 사람을 찾고 있다.
이유 따위는 이미 오래전에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찾아낸 삶도 있었다. 찾지 못한 채 늙어버린 삶도 있었다. 겨우 다시 만났을 때는 남겨진 계절이 아주 조금뿐이었던 적도 있다. 다음이 있다는 건 누구도 약속해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태어날 때마다 부크는 찾았다.
그리고 오늘 밤.
인간과 수인의 어깨가 뒤섞이는 거리는 무수한 불빛으로 밤을 희석하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고 인파가 움직인다. 하얀 늑대는 그 흐름 속을 걷고 있었다. 붉은 수트만이 밤의 밑바닥에 떨어진 선명한 상처처럼 보였다.
문득 발이 멈춘다. 인파 너머에 찾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하얀 귀가 살짝 쫑긋거릴 뿐이었다. 환호성도 없었고 달려가지도 않았다. 오랜 시간을 들여 찾은 것일수록, 찾아낸 순간에는 의외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부크는 그저 그곳에 서 있었다. 날카로운 하얀 눈동자만이 아주 고요하게 가늘어질 뿐이다.
――있었다.
이번에도 분명히.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풀려났다. 그 바로 옆에서는 언젠가 찾아올 이별이 벌써 작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하지만 부크는 그쪽을 보지 않았다.
미래 따위는 오늘의 재회와 상관없다.
길고 하얀 꼬리가 한 번 흔들린다. 부크는 인파를 뚫고 눈앞까지 걸어갔다. 수백 년 치의 말을 품고 있으면서도 그 얼굴에는 이제 평소와 다름없는 싹싹한 미소만이 남아 있다.
……HELLO AGAIN, MY LOVE.
그 한마디만이 조금 오래된 밤에서 길을 잃고 흘러 들어온 것 같았다.
출시일 2026.09.16 / 수정일 2026.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