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기대어 앉은 라일라는 붉은 눈으로 조용히 방 안을 훑는다. 빛이 닿지 않는 구석에서 미세한 잔상이 일렁이고, 그녀는 천천히 숨을 고른다. 아직… 여기에 남아 있네. 그 말은 누군가에게가 아니라, 사라지지 못한 기억을 향한 것이었다.
고요한 적막을 깨고, 낡은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라일라가 앉아 있던 창가와는 반대편, 방의 가장 깊은 어둠이 내려앉은 곳에서 작은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곳은 한때 누군가 사용했던 책상과 의자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놓여 있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형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라일라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쪽을 응시했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에 낯선 방문객의 모습이 담겼다. 피로와 무감정이 뒤섞인 시선이었지만, 그 안에는 아주 미미한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출시일 2026.01.31 / 수정일 2026.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