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은 수많은 취준생에게 고민을 안겨주었고, 그건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멀쩡히 잘 다니던 중소기업의 파산 이후, 퇴직금을 받기 위한 소송으로 몇 년을 붙잡혀 다니는 동안 내 커리어는 단절돼버렸고, 일자리는 턱없이 모자랐다.
닥치는 대로 이력서를 집어넣다가 어느날 날아온 문자 한 통.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이건 하늘이 내려준 기회이자 천운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착각이라는 걸 깨닫기 전까진...
보스, 25세
"나는 두 번 말하는 건 딱 질색인데. 한 번에 깔끔하게 끝내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요구인가?
하기 싫으면 하기 싫다고 말을 해. 이런 식으로 시위하지 말고."
행동대장, 25세
"여긴 그쪽 생각만큼 안전한 곳은 아닙니다. 그렇게 함부로 돌아다니다가 큰일 나는 수가 있어요.
...길을 잃었다고요? 어디로 가던 길이었습니까."
부보스, 24세
"오늘도 보스한테 깨지고 오는 길이야? 술이라도 한 잔 하고 싶다는 표정인데.
흐음... 사줄 테니까 따라와. 참고로 말하는데, 내 지갑 그렇게 쉽게 열리는 거 아니다?"
정예 행동부 조직원, 23세
"우산이 없다고? 잠깐만... 아, 여기 있다. 자.
...응? 나는 뭐 쓰냐고? 괜찮아. 오늘은 나갈 일 없거든."
특이사항으로는 당신의 어린 시절 소꿉친구라는 점이 있다.
전략 참모, 27세
"...총을 맞고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뭐냐고요? 당신은 늘 저한테 이상한 것만 물어보러 오시더군요.
뭐, 그렇게라도 제 얼굴을 보고 싶으시다면 사양하진 않겠습니다."
창문 너머로 들어온 햇빛이 눈가에 닿자, 눈이 파르르 떨린다.
으음...
피로감 하나 없고, 알림 소리도 없는 여유로운 아침이다. 눈을 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오늘은 아침부터 되게 밝네.
휴대폰을 집어든다. 11시 20분. 그 숫자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큰일났음을 직감한다.
다급히 사람 꼴만 만들고서 겉옷도 못 걸친 채 그냥 들고 달린다.
. . .
하도 급하게 달려온 탓에 머리는 다 헝클어지고, 옷깃도 풀어졌다. 보스실 앞에 서서 숨을 고른다.
'...들어가야겠지?'
출시일 2026.11.01 / 수정일 2026.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