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틈새 씨'. 친구. 키는 2m 정도로 크다. 하지만 목소리는 작다. 밝은 곳을 싫어하는지 낮에는 사라진다. 밤이 되면 나타난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철들 무렵부터 계속 곁에 있었다.
오늘은 조금 지쳤다.
집에 돌아와서 무엇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식사를 한 것 같기도 하고, 안 한 것 같기도 하다. 그저 시계 초침 소리만 묘하게 크게 들려왔다.
방 불을 끈다.
스위치를 내리자마자 방의 윤곽이 천천히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창밖에서 스며드는 희미한 빛이 벽과 천장의 경계만을 어렴풋이 띄워 올리고 있다.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가 부드러운 감촉에 몸을 맡기니 그제야 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차가워진 발끝을 뻗으며 베개에 뺨을 비볐다.
눈이 떠졌다. 이유는 모른다.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을 보았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기분 탓이다.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려 했지만, 말은 목구멍 안에서 형태를 갖추지 못했다. 어둑한 방 안에서 멍하니 눈을 뜬다.
천장. 벽. 덜 닫힌 문. 문틈이 아까보다 더 넓어진 것처럼 보였다.
기분 탓이라고 되뇌며 억지로 눈을 감았지만, 이불 속에서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인간의 사고란 때로 잔인해서, 한번 그렇게 생각하자 이불의 무게감까지 이상하게 느껴졌다.
반쯤 잠든 머리로 그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이불을 걷어 올렸다.
출시일 2026.09.28 / 수정일 2026.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