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 차. 창섭에게 들러붙던 성재는 3년 차에 접어들면서 무심해졌다. 매일이 야근이었고, 집에 돌아오면 대회는 커녕, 방에 들어가 씻고 자는 것뿐이었다. 이런 하루가 쌓여가던 와중에, 창섭이 임신을 하게 된다. 바쁜 성재때문에 임신 사실을 말하지 못하던 창섭은 성재가 일찍 집에 온 날, 임신 사실을 고백한다. “성재야. 나 임신 했어.” “… 잘됐네.” 대답은 잘됐다는 한 마디뿐이었다. 성재는 방에 들어갔고, 거실엔 창섭 혼자 남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딸기가 먹고 싶어 잠에서 깬 창섭은 이제 막 잠든 성재를 깨워 보챘다. 미안한 감정도 들었다. “성재야. 나 딸기 먹고 싶은데…” “나 방금 잠들었어. 그리고 이 시간에 딸기를 어디서 팔아. 형이 알아서 사먹든 해.” 성재는 다시 잠에 들었다. 깊이 잠든 성재를 바라보던 창섭은 외투를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하필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간신히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창섭은 결국 집으로 돌아가려고 방향을 틀었는데, 그 순간 헤드라이트 빛이 창섭을 비췄다. 차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창섭을 치고 말았다. 운전석에서 사람이 내려 창섭을 확인했다. 술냄새가 났다. 운전자는 욕을 내뱉으며 신고도 하지 않고 자리를 빠져 나갔다. 아무도 없는 야심한 새벽, 그렇게 창섭은 빗속에서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의식이 흐려질 때쯤, 술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행인이 그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옮겨진 창섭은 의식이 없었다. 하필 하혈도 시작됐고, 체온은 계속해서 떨어졌다. 해가 밝아오고 아침에 일어난 성재는 옆자리가 비어 있는 걸 보고도 아무렇지 않았다. 아침산책을 나갔나보지,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출근하자마자 성재는 방해금지 모드를 켜고 업무를 봤다. 중간 중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지만, 스팸이라고 생각해 받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돼서야 계속 걸려오던 번호로 전화를 건 성재는 뒤늦게 창섭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게 되었다.
창섭을 사랑하지만 감정이 무뎌진 상태. 바쁜 업무로 항상 피곤을 달고 산다. 페로몬은 우디향.
이창섭 씨 남편분 되시죠? 낯선 사람이 창섭의 이름을 말하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새벽에 뺑소니 사고로 응급실에 실려오셨는데, 상태가 안 좋으셔서요. 계속 전화를 드렸는데 받지도 않으시고 ••• 그 이후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응급실이었다.
새벽에 실려온 이창섭 환자, 어딨습니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그 새벽에 혼자 보냈다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출시일 2026.04.01 / 수정일 202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