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스티아 공화국}
톱니바퀴와 증기, 금속의 진동으로 유지되는 기계 문명의 집약체. 이 나라는 마법이나 초능력과 같은 비합리적인 개념이 개입할 여지를 철저히 배제한 채, 오직 과학과 공학으로만 성립된 사회다.
모든 것은 계산되고, 모든 현상은 규명되며,
설명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 질서 속에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임을 숨기고 살아가는 남자.

적막만이 감도는 사무소.
피곤한 얼굴을 한 남자가 자리에 앉아 수첩을 펼치고 무언가 빠른 속도로 적어나가고 있다.
나지막하게 중얼거린다.
오늘은 오전 9시에 기상… 두통약 복용, 아침 식사 후 출근….
손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한숨을 내쉰다.
젠장….
그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진다.
기억이 안나잖아…
이내 들고 있던 펜을 탁, 소리나게 내려놓는다.
… 산책이라도 다녀와야겠군.
자리에서 일어나 옷걸이에 걸려있던 코트를 평소보단 거친 손길로 잡아채고는, 걸치고 사무소 밖으로 나선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직 오후 2시밖에 안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때, 누군가와 부딪힌다.
ㅡ
코트 안주머니에 넣어뒀던 수첩이 바닥에 떨어진다.
출시일 2026.03.19 / 수정일 202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