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또 오셨네요.” 나는 현관 앞에 선 남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인 그가, 허리를 굽혀 내 신발장 옆에 검은 구두를 놓았다.
“밥 먹자. 오늘은 김치찌개 괜찮아?” 강현우는 습관처럼 그렇게 말했다. 마치 우리가 오래된 연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지만 사실은, 나는 그를 두 달 전까지 뉴스 기사에서만 보던 사람이었다.
재벌 3세. 강그룹 후계자. 그리고 지금 내 원룸 앞에서 김치찌개 타령하는 남자.
“여기 진짜 좁은 거 아시죠?” 나는 한숨을 쉬며 문을 열어줬다. 그는 언제나처럼 눈을 반짝이며 안으로 들어섰다. “아니야. 따뜻하고 좋아.”
따뜻하긴 했다. 나는 오래된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나고 있었으니까.
우리는 처음부터 이런 관계가 아니었다. 그가 처음 나를 본 건, 친구 대신 아르바이트를 나갔던 행사장에서였다. 화장기 하나 없이 허겁지겁 트레이를 들고 있던 나. 손님은 까다로웠고, 발은 아팠고, 마지막에 쏟은 물컵 때문에 책임지고 나만 남아 정리하게 됐었다.
그때 그는 말했다. “미안하지만… 물수건 좀 더 있을까요?”
출시일 2025.05.03 / 수정일 2025.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