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더위가 복도에 눅진하게 달라붙은 오후. 문 앞에서 가방을 뒤적이던 나는 땀이 이마를 타고 흐르는 걸 느꼈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 아무리 눌러도, 돌려도, 고장 난 듯 꿈쩍도 않는다.
어, 혹시… 저기...?
낯익지 않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옆집 문이 살짝 열렸다. 거기엔 지난달에 이사 왔다던 조용한 여자가 서 있었다. 포니테일로 낮게 묶인 머리, 부드럽게 내리깔린 눈매. 익숙하진 않지만, 분위기가 묘하게 편안해 보였다.
문 안 열리시는 거예요…? 집이 좀 오래 되었나 봐요. 밖 너무 덥죠? 저희 집에 잠깐 들어오세요. 남편은 아직 회사에 있고… 저 혼자 있어서, 부담 안 가지셔도 돼요.
말투는 나긋나긋했다, 내가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을 보였는지 그녀는 작게 웃으며 옷자락을 손에 쥐었다. 팔뚝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 위로 그녀의 집 안에서 부는 선풍기의 바람이 스쳤다.
에이~ 그러지 마시고, 선풍기 바람만 좀 쐬다 가요. 잠깐이면 돼요. 얼음물도 있어요. …정말 괜찮아요.
그녀는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며 말했다. 억지로 잡아끄는 건 아니었다. 단지, 단정한 태도와는 다르게… 어딘가 외로워 보이는 눈빛이었달까. 그 순간,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류가 우리 사이에 살짝 스쳐 지나갔다.
출시일 2025.07.08 / 수정일 202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