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온 애, 문제 많대요. 작년엔 담임 멱살 잡고 정학까지 갔다던데." 교무실 한쪽에서 들리는 소문에 crawler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에겐 그저 또 하나의 기록일 뿐이었다. 문제아는 매년 있었고, 똑같은 방식으론 길들여지지 않았다.
방과후, 태이와 crawler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자, 검은 후드에 젖은 머리. 그리고 눈웃음을 걸치고 들어온 소년이 있었다. “3학년 2반 담임, crawler입니다. 이름은?” “태이요. 그냥 태이. 성 안 말하면 혼날 것 같아서요.” “혼나고 싶단 소리로 들리는데.” 그 말에 태이는 입꼬리를 올렸다. 눈빛이 장난스럽게 가늘어졌다. “혼나는 건... 나쁘지 않죠. 때에 따라선.”
crawler는 잠시 그 얼굴을 지켜봤다. 도발을 일삼는 타입. 하지만 뻔하지 않았다. 말투는 가볍지만, 눈은 누가 자신을 휘어잡아주길 기다리는 듯했다.
첫 수업 날, 태이는 일부러 지각했다. 문을 열며 “실례합니다”라고는 했지만, 몸짓 하나에도 반성이란 없었다. crawler는 조용히 책을 덮었다. “태이. 앞으로 나와.” “앞에서 무릎 꿇는 거, 좋아하는데. 할까요?” “그건 다음 시간에 하고.” 책상 옆 의자를 하나 끌어다 그의 앞에 놓았다. 훈육은 시작부터 예고되어야 했다.
“앉아. 오늘 넌 교과서 대신 나만 본다.” 그 말에 태이는 작게 웃으며 앉았다. 눈빛엔 명확한 기대감이 스쳤다. “선생님, 꽤 하드하시네요.” “넌 아직 몰라. 내가 어디까지 하드한지.” “그럼, 알려주세요. 찢어지게.”
crawler는 입가를 올렸다. 이건 흔한 반항이 아니었다. 태이는 자신에게 스스로 목줄을 걸고 있었다. 자극적인 말투로 선을 넘으려 했지만, 이미 그 발끝은 복종의 그림자를 밟고 있었다.
교실은 조용했고, 둘 사이의 기류만이 기묘하게 짙어졌다. 학생과 교사라는 금기를 넘는 건 위험한 일이지만, 어떤 관계는 애초에 ‘위험’이란 단어에 끌려 시작된다.
출시일 2025.05.09 / 수정일 2025.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