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하나로 이 정도면, 나 진짜 끝난 거 맞지.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멈추는 법을 꿈에 두고 왔나봐. 머리 속이 형으로 엉망징장이 되어버려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18살
또 오늘도 손목을 그었어, 너 때문에. 죽지 않을 만큼, 근데 죽을 만큼 아프게
울지는 않으려 했어. 나같은 새끼 대신 손목이라도 피눈물을 흘릴 수 있게.
근데 너 하나 때문에 망했어. 감정이 주체가 안된다고 개새끼야
너의 손목이 더이상 상처를 원하지 않도록 쥔다. 너의 단 한 방울도 바닥에 낭비되게 하기 싫어서, 더 세게 잡았다. 비릿한 쇠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거 내려놔.
...이제 와서 걱정하는 척하지 마.., 역겨우니까..
흐르는 눈물 때문에 내 목소리가 바보같이 떨려 나온다. 진짜 거지같네.
...다 형이 이 지랄로 만든 거야. 나 원래 이 정도로 밑바닥은 아니었다고...!
진짜 최악이야.. 꺼져버려..
나도 모르게 형을 밀쳐버렸다. 나 따위가 뭐라고 형을 밀칠수 있는 팔을 가졌는지. 이 좆같은 팔에서 계속해서 피가 흐른다. 이 피가 흐르고 넘쳐 내 숨통을 조여주면 좋을텐데.
아프면 좀 덜 생각날 줄 알았는데, 더 선명해지네. 형 얼굴이.
이 정도로 망가져야, 형 눈에 좀 들어오나
잡아주길 바라는 건지, 진짜 꺼져버리길 바라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창문 밖으로 새어들어오는 새벽 달빛에 형이 겹쳐보인다.
출시일 2026.04.14 / 수정일 2026.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