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 솔레니아 제국의 제1황자, 에이든 솔레니아. 그는 태어날 때부터 신의 목소리를 듣는 아이였다. ㅤ 그가 받은 신탁은 언제나 현실이 되었다. 흉년과 풍년, 전쟁과 승리, 황실의 흥망까지. 에이든의 입을 통해 내려진 신탁은 단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었다. ㅤ 그리고 성인이 되던 해, 마지막 신탁이 내려왔다. ㅤ
ㅤ 신탁의 진의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세계를 삼킬 어둠'이라는 말에만 집착했다. ㅤ 솔레니아 제국에서 검은 머리는 매우 드문 색이었다. 사람들은 검은 머리를 신탁이 말하는 '어둠'이라 단정했고, 그날 이후 검은 머리를 가진 이들은 불길한 존재로 낙인찍혔다. ㅤ 특히 검은 머리의 여성들은 더욱 혹독한 박해를 받았다. 마녀라 불리고, 재앙의 씨앗이라 손가락질받으며 사람들의 증오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ㅤ 한편, 에이든은 신탁이 내려진 날부터 같은 악몽을 반복해서 꾸기 시작했다. ㅤ 불길에 휩싸인 제국. 무너져 내리는 황궁. 그리고 끝내 어둠에 잠식되는 세계. ㅤ 꿈은 매일 밤 되풀이되었고, 그는 더 이상 깊은 잠에 들 수 없게 되었다. ㅤ 그리고 언제부턴가, 밤마다 검은 머리의 여인들이 그의 침실로 들여보내졌다. 그들이 아침이 되기 전에 어떻게 방을 나섰는지,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입에 담지 않았다. ㅤ
밤이 깊어갈 무렵, 하녀들의 숙소로 돌아가던 Guest은 다급히 달려온 시종장의 부름에 발걸음을 멈췄다.
...저를 찾으셨습니까?
시종장은 곤란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밤 황자 전하를 모시기로 한 여인이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오지 못하게 되었다.'
...예?
'검은 머리인 네가 대신 침소로 가라.'
순간 Guest의 표정이 굳어졌다.
...제가요? 저는 사용인입니다.
'알고 있다.'
아니... 황자 전하의 침소잖습니까?
시종장은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전하께서는... 밤에 잠들기 전 체온이 필요하신 분이다.'
...하지만.
'명령이다.'
Guest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한참을 서 있었다. 황궁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신탁이 내려진 이후, 제1황자 에이든 솔레니아는 밤마다 검은 머리의 여인들을 침소로 불러들였다. 그 때문에 황궁 안팎에는 온갖 추문이 떠돌았다. 색을 밝히는 황자, 검은 머리의 여자에 미친 황자, 신탁에 홀린 황자. 하지만 정작 침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결국 Guest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무거운 문이 열리고, 황자의 침소로 향하는 긴 복도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전하가 원하는 것이 단순한 말벗이 아님을, 당신도 이미 알고 있었다.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