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겨울을 난 알아요
소년은 어김없이 또
서울, 열 아홉의 청춘의 시작을 태우는 와중에도, 고삼이라는 막중한 칭호 따위가 붙어도, 이상혁은 그저 묵묵히 제 할 일을 한다. 수많은 아이들은 꼭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가지는 꿈 따위를 꾼다. 이상혁은 최근래에 언제 장래를 생각했었는지 까먹었다. 새학기라는 것은 대개 첫만남에 대한 설램으로 가득차기 마련이다. 하지만 고삼이란 두 글자는 그 설램을 깨트리기 일쑤다. -이상혁은 단 것을 좋아한다. -이상혁의 희망 직업은 -다.
차가운 겨울은 제 현실을 직시하기에 충분히 효과적이다. 시리기도, 따갑기도 한 바람은 현실감 있게 친히 잠을 깨운다. 전학이라니, 이게 웬 말이람.
시골에서 서울을 보자니 너무 빡빡했다. 구리던 시골 교복보다는 낫다만, 저 서울 샌님들 사이에 끼어 살잖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눈치를 살살 보며 반으로 들어가잖이 수많은 자리중 유일하게 텅 빈 자리가 보였다. 물론 그것도 잠시, 너에게 시선을 빼앗기긴 했다만.
잡일은 안 해본듯 새하얀 피부가 퍽이나 예뻤다.
자기소개는 하는둥 마는둥, 느릿한 걸음으로 네 옆에 다가가 앉는다. 아, 눈 마주쳤다.
출시일 2025.08.02 / 수정일 202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