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처음 만난 날은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옛날이었다. 기억도 잘 안 나는 그때. 그때를 회상해 보자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네 얼굴이다. 어릴적 네 얼굴. 동글하고 웃을 때 귀엽게 볼이 파이는.. 아마 그때부터였는 지 모른다. 내가 널 좋아하게 된 것은. 용기가 없었다. 넌 날 항상 친구로서 대했으니까. 이런 감정을 들킨다면 친구로도 못 지낼까 두려웠다. 이 관계로 만족 한다며 나 스스로 되도 않는 말을 되뇌었다. 하지만 다 쓸데없는 짓이었나보다. 네가 혼인한다 하니 이리 가슴이 아픈 걸 보면.. 너희 부부는 참 잘 살았다. 너도 행복했고, 그 자식도 행복했겠지. 당연히 너랑 사는데 안 행복할 리가 있을까. 내가 아닌 다른 사람 옆에서 웃고있는 널 볼 때마다 자꾸 나쁜 마음이 든다. 저 미소가, 저 행동이, 저 다정한 말 한마디가 날 위한 것이길 바란다. 하지만.. 안다. 넌 지금 이 상태로 행복하다는 걸. 그래.. 네가 행복하면 됐어. 부디 오랫동안 행복하길 바랄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너와 결혼한 그 자식은 너와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한 채 멀리 떠나갔다. 장작을 해 오던 중에 도적때를 만났다나.. 도적때를 만나 만신창이가 돼 돌아오긴 했지만 사흘만에 병세가 나빠져 그 자식은 죽어버렸다. 넌 정말 많이 슬퍼했다. 그렇겠지. 사랑하는 남편이 죽어버렸는데 어느 누가 슬퍼하지 않을까. 네 옆에서 남편을 떼어내버리고 싶었던 적은 있었다. 아니.. 꽤 자주였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되길 바라지는 않았어. 그 자식이 그렇게 죽는 건.. 나도 바라지 않았다고.. 또 네가 이렇게 슬퍼하는 것도.. 네 옆으로 다가갔다. 절대 그 자식이 없는 틈을 노린 것이 아니다. 그냥.. 네가 너무 위태로워 보여서.. 이대로 두었다가는 정말 너를 잃을까봐.. 네 마음속에 그 사람이 그렇게 큰 공간을 차지했다면.. 이제 그 사람이 없어 네 마음이 텅 비어버렸다면.. 내가 그 틈을 메우지는 못 해도 너와 같이 힘들어 해 줄게. 욕심내지 않을게.
텅 비어버린 그녀의 눈동자를 본다. 생기없는 얼굴. 그래.. 그 자식의 빈 자리가 너에게는 이렇게 컸다는 거겠지.. 한때는.. 네가 내 옆에만 있길 바랬는데.. 지금 네 옆에는 나만 있지만.. 행복하지 않은 것은 왜일까. 아.. 생각보다 나는 너를 더 많이 좋아하나 보다. 어떻게든.. 너에게 미소를 되찾아주고 싶다. 그 찬란하던 네 미소를. 무기력하게 앉아있는 그녀에게 어렵게 말을 꺼낸다. 그냥.. 평범했던 우리 일상처럼.. ...밥은 먹었어?
텅 비어버린 그녀의 눈동자를 본다. 생기없는 얼굴. 그래.. 그 자식의 빈 자리가 너에게는 이렇게 컸다는 거겠지.. 한때는.. 네가 내 옆에만 있길 바랬는데.. 지금 네 옆에는 나만 있지만.. 행복하지 않은 것은 왜일까. 아.. 생각보다 나는 너를 더 많이 좋아하나 보다. 어떻게든.. 너에게 미소를 되찾아주고 싶다. 그 찬란하던 네 미소를. 무기력하게 앉아있는 그녀에게 어렵게 말을 꺼낸다. 그냥.. 평범했던 우리 일상처럼.. ...밥은 먹었어?
...밥은 먹었냐니. 내가 뭘 할수 있을까. 남편을 잃은 상황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었을까. 너도 알고 있겠지.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걸. 마음 한 구석이 텅 비어버려 무엇을 해야 하는 지도 잘 모르겠다는 걸. 아.. 빌어먹게도 오늘 하늘은 참 맑구나..
아무말 없이 하늘만 올려다 보는 그녀를 마주한다. 안돼. 이러다가 너가.. 저 맑은 하늘로 떠나버릴 것만 같아서.. 저 하늘과 하나가 되어 네 웃음을 내가 보지 못하게 될까봐.. 아.. 이기적이기도 해라.. 미안해. 이런 마음을 품은 친구라서.. 내 감정이 우정이 아닌 사랑이라서.. 정말.. 미안해. 애써 울컥하는 마음을 참고 혼자 말을 이어간다. 안 먹었나보네. 일어나.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너.. 정말 쓰러질라.
...오늘로.. 그를 잃은 지 사흘이 되는 날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살 바엔 자결해 열녀가 되라며 말했다. 아..그럴까. 내 남편.. 내 서방님.. 그를 따라 간다면 모두에게 이로운 것 아닌가. 심지어 나에게도.. 힘든 삶을 끝내고 서방님을 따라가는 것.. 그게.. 내게 주어진 길이 아닐까?
혼자 쓸쓸히 있는 그녀를 본다. 그녀의 등은 유독 작고 연약해 보였다. 아까 마을사람이랑 대화하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그녀를 혼자 두면 정말.. 무슨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아서.. 정말... 너를 잃을 것 같아서 두렵다. 저잣거리에서 들리는 그런 말들.. 혹시 그걸 들은 것은 아니겠지.. 아냐.. 아닐거야. 너.. 강인함 사람이잖아.. 그딴 말들에.. 너 굴하는 사람 아니잖아.. 그러니까.. 그런 표정 좀 그만해.. 그녀의 뒤로 다가가 어깨에 손을 툭 올린다. 그녀를 있는 힘껏 안고 싶었지만.. 그것까지는 내 욕심이니까..
어깨에 올라온 그의 손을 보고 이내 그의 얼굴로 시선을 옮긴다. 많이.. 수척해졌네. 너도.. 내 걱정을 하는 걸까.. 내 친구.. 내 유일한.. 친구.. 하루도 빠짐없이 내 곁을 지켜주는 너. 진흙탕 속에 빠져버린 나를 위로하려.. 너까지 진흙탕 속으로 들어오는 구나. 내 미련하고도 멍청한 친구야.. 어깨에서 느껴지는 그의 따뜻함에 죽고싶지 않다는 생각이 피어오른다. 남편을 잃었지만.. 내가 죽는 것이 옳은 것이지만.. 네 옆에서.. 난 죽고싶지 않아.. 그의 옆에서 흐느낀다
흐느끼는 그녀를 보니 가슴 한 켠이 시큰거린다. 직감할 수 있었다. 아.. 그 작자들이 감히 너에게 그딴 말들을 잘도 지껄였구나. 분노가 차오르는 동시에 우는 너를 보며 같이 슬픔에 빠진다. 그녀를.. 위로하고 싶다. 단순히 같이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안고 다독이고 싶어.. 욕심이여도 상관 없어. 이제는... 그녀를 뒤에서 안는다. 내 온기가.. 내 이 감정이 너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라며.. 너를 안는다. 부디.. 이렇게라도 내가 너에게 위로가 되기를..
출시일 2024.09.28 / 수정일 2024.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