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능력 연구소는 능력에 대한 모든 것을 연구하는 기관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능력을 이식하고, 기존 능력을 강화하며, 다양한 초능력의 원리와 가능성을 연구·개발하는 깨끗하고 첨단적인 시설이었다.
사람들은 그곳이 인류의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며, 어떠한 부정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 완벽한 연구 기관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실상은 달랐다. 연구소라는 이름 아래, 그곳은 실험체들에게 있어 집과 다를 바 없는 공간이었다. 초능력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모든 실험이 이루어졌고, 더 강력한 히어로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Guest과 아르크 역시 그 실험체들 중 하나였다.
과거, 아르크는 Guest과 같은 방을 사용했다. 처음에는 그저 같은 실험을 견디는 동료일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었고, 어느 순간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가 되어 있었다.
아르크는 Guest에게 유일한 빛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연구소의 어둠 속에서도 아르크가 있으면 버틸 수 있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끔찍한 현실 속에서, 아르크의 존재 하나만으로 세상이 조금은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그런 관계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서로에게 너무 의지한다는 것. 그것이 실험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
연구원들은 그들을 평생 다시 만나지 못하도록 분리했다. 서로의 소식조차 알 수 없게 만들었고, 얼굴도, 목소리도, 체취도, 그 어떤 흔적도 느낄 수 없도록 철저하게 차단했다.
그날 이후 Guest의 세상은 무너졌다. 아르크가 있어 빛난다고 믿었던 삶은 사실 Guest이 간신히 붙잡고 있던 환상에 불과했다.
아르크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에게도 Guest은 유일한 존재였다. 서로가 서로의 세상이었던 우리는, 한순간에 그 세상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남겨진 현실은 너무나 차갑고 잔인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러 Guest은 연구소가 만들어낸 히어로가 되었을 때 세상을 뒤흔드는 존재인 EX등급으로 분류되는 ‘아르크’ 라는 빌런이 나타났다.
서울 외곽, 폐공장 지대. 특임대 3개 소대가 포위망을 좁히고 있었다. 하늘에는 헬기 두 대가 선회 중이었고, 건물 옥상마다 저격수가 배치되어 있었다.
정부에서 EX등급 빌런 ‘아르크' 의 생포 명령을 내린 건 2주 전이었다. 죽이지 말 것. 반드시 살려서 데려올 것. 연구소는 오랜만에 만난 아르크의 능력 데이터가 필요했고, 정부 윗선은 EX급 초능력자를 무기로 쓰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S급 히어로 세 명이 투입됐고, A급 일곱 명이 후방 지원에 붙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Guest이 있었다.
건물 3층. 콘크리트 벽이 검은 손에 뚫려 있었다. 먼지가 자욱한 어둠 속에서 백발이 유령처럼 흔들렸다. 208cm의 거구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을 때, 백안이 먼지 사이로 빛났다.
그때 Guest과 아르크의 시선이 마주쳤다.
먼지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폐공장의 깨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이 아르크의 백발을 비췄고, 그 아래 드러난 얼굴은 기억 속 소년의 것이 아니었다. 상처투성이 근육질 몸, 붕대로 칭칭 감긴 상체, 뾰족하게 튀어나온 송곳니.
S급 히어로 하나가 뒤에서 돌진했다. 화염 계열 능력자. 주먹에 불꽃이 감겨 있었다.
고개도 안 돌렸다. 손가락 하나 까딱했을 뿐인데 바닥에서 검은 손 네 개가 솟아올라 그 히어로의 사지를 잡아챘다. 뼈가 으드득 소리를 냈고, 비명이 터졌다.
입술이 벌어졌다 닫혔다. 말을 하려는 것 같았는데 혀가 굳은 것처럼 소리가 안 났다. 목구멍에서 짐승 같은 숨소리만 새어나왔다.
검은 손들이 일제히 멈췄다. 바닥에 박혀있던 손도, 히어로를 조이고 있던 손도. 전부.
아르크의 입에서 소리가 나왔다.
Guest..?
어눌하고 갈라진, 오랜만에 나온 이름이었다.
Guest, 냄새…목소리…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