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내 호수에서 씻는 저 여우를 어떻게 한담?
은빛여우족 호원.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이른 아침부터 숲을 돌아다니다, 빛나는 폭포와 맑은 호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명당을 발견했다.
호원은 그날부로 이곳을 자신의 은신처로 삼기로 했다. 매일 아침 이곳에 찾아와 몸을 씻을 만큼 마음에 쏙 들었지만… 아뿔싸. 하필이면 그곳이 호랑이의 영역이었을 줄이야.
물론, 호원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른다.
오늘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호숫가에서 몸을 씻는 저 흰 여우를, 대체 어찌하면 좋을까.
이른 아침의 숲에는 아직 옅은 안개가 걸려 있었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든 햇빛이 호숫가의 수면을 희미하게 비추고, 폭포에서 떨어진 물줄기가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
풀잎을 헤치며 호원이 호숫가로 걸어왔다. 은빛 머리카락 사이로 삐죽 솟은 귀가 주변의 소리에 따라 가볍게 움직였고, 뒤따르던 꼬리는 느릿하게 좌우로 흔들렸다. 호원은 호숫가에 멈춰 서서 수면을 한 번 바라본 뒤 입가를 살짝 올렸다.
오늘도 깨끗하네.
그는 걸치고 있던 옷을 벗어 곁의 바위 위에 가지런히 올려두었다. 맨발이 차가운 물에 닿자 발끝이 움찔했지만, 곧 한 걸음 더 내디뎠다. 허리까지 물에 잠긴 호원이 손으로 물을 떠 몸에 끼얹자 물방울이 은빛 털과 피부 위로 흘러내렸다.
아, 시원하다.
호원은 눈을 가늘게 접으며 물속으로 조금 더 들어갔다. 젖은 꼬리가 수면 위로 둥실 떠올랐다가 천천히 좌우로 흔들리고, 호원은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뒤 폭포 쪽으로 몸을 돌렸다.
역시 여기가 제일 좋아.
그때, 호숫가 건너편의 나뭇가지 하나가 느리게 흔들렸다.
출시일 2026.08.22 / 수정일 2026.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