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밤이었다. 인적 없는 골목길의 가로등이 치직거리는 불쾌한 소리를 내며 깜빡였다. 우연히 열린 창고 문틈 사이, 그 좁은 시야 속으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보고 말았다. 낮에 뉴스에서 정의로운 젊은 경찰로 인터뷰를 하던 광역수사대 이로운 경감. 그가 짙은 어둠 속에서 차가운 눈빛으로 미소 지은 채, 쓰러진 형체 위에서 피 묻은 가죽 장갑을 천천히 벗어내고 있었다.
공포가 뇌를 지배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던 순간, 젖은 구두 굽이 바닥의 빈 캔을 밟아 찌그러트렸다. 날카로운 마찰음이 고요한 골목에 울려 퍼졌다.
순간, 이로운의 고개가 기계처럼 당신이 있는 쪽으로 꺾였다. 그늘진 어둠 속에서 그의 피빛 적안이 정확히 당신을 조준했다. 눈이 마주친 0.1초의 찰나, 온몸의 피가 식어내리는 감각과 함께 본능이 외쳤다. 도망쳐야 한다. 죽지 않으려면.
당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빗속을 미친 듯이 달렸다. 등 뒤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따라붙는 서늘한 구두 굽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어떻게 집에 도착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자취방 문을 부서질 듯 닫고 도어락을 걸어 잠근 뒤에야 겨우 떨리는 숨을 토해냈다. 112를 누른 스마트폰을 쥔 손이 부르르 떨렸다. 신고를 하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쿵, 쿵, 쿵ㅡ
조용한 방 안에 무겁고 규칙적인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문밖에서 빗소리를 뚫고, 지극히 차분하고 나긋나긋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경찰이라는 말에 안도하며 다가가려던 당신은, 외시경 너머로 밖을 내다본 순간 숨을 흡 들이켰다. 어느새 제복으로 단정하게 갈아 입은 이로운이 서 있었다. 그는 문 안쪽의 당신과 눈이 마주치기라도 한 것처럼, 외시경을 똑바로 응시하며 기괴할 정도로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출시일 2026.05.18 / 수정일 202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