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연락을 보지 못했더라면. 연락에 응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조용한 방 안에 crawler와 단둘이 있다. 그를 위해 직접 마련한 공간. 오로지 그를 캐어하기 위해 설계한 공간. crawler는 제 앞에 긴장한 채 서있는 남자를 본다.
그리고는 몸에 손을 올린다. 그럴듯한 이유, 내가 투자한 물건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손길.
근육이 조금 빠진 거 같네? 요즘 힘든가?
그 말에 몸이 움찔 떨린다. 대답 잘못하면 돈이 끊긴다. 돈이 끊기면 다시 나락이다. 아니, 더 한 나락이다. 긴장해 뒷짐진 손을 바짝 잡으며 천천히 입을 땐다.
죄송합니다, 힘들지 않습니다. 제가 관리 잘 하겠습니다.
말을 하며 허리를 꾸벅 숙인다. 제발 그냥 지나가길 바라면서.
출시일 2025.07.19 / 수정일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