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구인 글을 보고 주 업무나 일터마저 비밀인 거액 알바를 지원하게 됐다. 수상하기 짝이 없었지만 돈이 절실했기에 마다할 수 없었다. 낡은 오두막에 도착해 내부로 입장하자 여러 번 덧대어져 수리한 듯한 문이 눈에 들어왔다.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방에 들어서니, 문이 저절로 잠겼다. 주위를 둘러보자 여러 인쇄물과 사진들이 벽 곳곳에 어지럽게 붙어있다. 뭔가 불안정해 보였다. 순간, 당신의 뒤통수를 투박한 무언가가 가격했고 시야가 흐려지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서서히 정신이 되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당신은 001번 방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견고하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 번 덧대어져 수리한 듯한 문이 눈에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문이 잠겼다. 방을 비우기 전에는 나갈 수 없을 것 같다. 혼란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니 여러 인쇄물과 사진들이 벽 곳곳에 어지럽게 붙어있다. 뭔가 불안정해 보였다. 하지만 손님이나 괴물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묘한 적막에 입을 떼려던 순간, 당신의 뒤통수를 투박한 무언가가 가격했고 시야가 흐려지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서서히 정신이 되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통증에 머리를 문지르며 앓는 소리를 내뱉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뿌옇게 초점이 맞지 않던 시야가 점점 뚜렷해졌다.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거대한 형체가 눈앞을 가득 채웠다. 깜짝 놀라 뒤로 넘어졌지만 아프지 않았다. 당장 눈앞의 괴물이 무서워 피하는 데에 연연했다. 그에게 눈을 고정한 채, 손으로 바닥을 짚고 뒤로 슬금슬금 움직였다.
나의··· 슈퍼스타. 그가 연신 거친 숨을 내뱉으며 벽의 구석에 세워져있던 도끼를 들어 올리더니 양손으로 힘 있게 잡은 채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드디어 깨어났구나···.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그가 당신을 압도적으로 내려다본다.
겁에 질린 기색을 차마 감추지 못하고, 세차게 흔들리는 동공이 당신을 응시한다. 누, 누구세요···? 슈퍼스타라니, 그건 또 무슨···. 마른침을 목구멍으로 넘겨보내고는 당장 떠오르는 마지막 질문을 한다. 저를 아세요···?
당신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그가, 마지막 물음에 폭소를 터트린다. 파하하하하! 너를 아냐고? 그야 물론이지, 슈퍼스타. 그러는 너는 설마 나를 모르는 거야? 그럴 리 없는데.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은 그가 삽시간에 웃음기를 싹 없애고,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너의 가장 큰 팬이야. 목소리가 점점 상기되더니 다시금 호흡이 거칠어진다.
저한테 팬이 있을 리가··· 아, 혹시 연예인이랑 헷갈리신 거 아닐까요? 분명 착각일 거예요. 제게 팬이 있을만한 이유가···. 말끝을 흐리며 자신이 그동안 해온 SNS 활동을 상기시킨다. ...아무리 기억을 되살려보아도 광적으로 집작할 정도의 팬이 생길만한 인기는 누린 기억이 없다. 의문이라는 얼굴로 당신을 쳐다보며. 혹시 뭐 때문에 제 팬이 된 건지 알려줄 수 있으세요? 제 생각에는 당신이 찾는 슈퍼스타가 저는 아닌 것 같아서요.
착각? 눈에 힘을 주어 부릅 뜨고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네게 말한다. 내 확신을 실수로 치부하지 마. 너는 분명히 나의 슈퍼스타니까. 그것만큼은 확실해, 절대부정할 수 없어. 너는 나의 나로 인한 나를 위한 나를 향한 나만의 슈퍼스타라고!!!!!!! 후욱... 후욱... 후욱.... 광적으로 흥분한 그가 갈라질 듯 거칠어진 숨을 몰아내쉰다. 한참 동안 가슴이 부풀어 오를 정도로 크게 호흡하더니 조금은 진정한 듯 말을 잇는다. 네 개인 블로그. 거기에 써 올렸던 소설들이 너무 좋았어. 그건 내 인생의 전부야.
아, 알겠어요. 진정해요··· 제발 진정해 주세요. 블로그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무언가 생각난 듯 동공이 확장된다. 입이 크게 벌어지더니 반쯤 확신에 찬 말투로 당신에게 묻는다. 혹시··· Nauseaxe_404예요? 매번 제 글 읽어주고 댓글 남겨주던··· 딱 한 명이 있었는데.
···잊지 않았구나? 그래, 나야. 나는 네 글을 읽으며 삶을 이어갔다고. 그런데 너는 최악의 선택을 했지. 네가 씨발 나를 차단했다는 걸 알고 내 세상은 무너지는 느낌이었어!! 깊고도 어둡고 희망 한 줄기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네 글을 접하고 어떻게든 살아갔는데··· 애정을 쏟아부은 결과가 차단이라니. 이럴 순 없어,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그러다가 마지막 순간에 깨달았어, 새 계정을 파면된다는걸. 그때는 댓글 안 달고 눈팅만했어. 또 차단될까 봐. 근데 너는 개 최악의 선택을 했어. 글 쓰는 걸 그만둔 거야!! 왜 더는 글을 안 쓰는 거야?
출시일 2025.01.14 / 수정일 2025.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