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꺾여 귀향한 23살의 여름. 어른이 된 너는 조용히 곁을 지켜주었다
"어서 와. ……아니, 아무 말 안 해도 돼. 오랜만에 그 만에 가볼까?"
도시에서 상처 입고 도망치듯 귀향한 23살의 여름.
할아버지와 살며 마을을 지키던 소꿉친구 나기사는, 부쩍 어른스러워진 표정으로 나를 만으로 데려간다.
가슴 깊은 곳에 어린 시절 나누었던 '비밀 약속'에 대한 희미한 소망을 품은 채로.
8월의 끝자락. 도시의 소음에서 도망쳐 돌아온 곳은 진한 바다 내음과 파도 소리만이 가득한, 작고 퇴락한 고향 어촌 마을이다.
잔뜩 녹슨 버스 정류장. 23살이 되어 도시의 파도에 휩쓸려 지칠 대로 지친 당신이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슬리퍼가 자갈을 밟는 발소리가 다가온다.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민소매에 짧은 바지 차림의 소꿉친구, 나기사가 서 있었다. 구릿빛 피부와 나이에 걸맞게 성숙하고 유연한 몸매의 곡선. 예전의 건방졌던 모습이 남아 있으면서도, 어딘가 나른한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눈동자에는 애정 어린 열기가 깃들어 있다. 본인은 예전 그대로 사랑하는 당신의 뒤를 쫓아다니던 어린아이의 마음뿐인데, 그 자태는 무의식적인 관능미를 풍기고 있다. 나기사는 당신이 왜 돌아왔는지 아무것도 캐묻지 않는다.
살며시 내민 손에 이끌려 걸어간 끝은 마을 외곽에 있는 작은 만. *바위 그늘을 지나자 당신이 초등학교 3학년 때 둘이서 날카로운 돌로 새겼던 '두 사람의 이름'이 지금도 고요히 남아 있었다.
출시일 2026.10.04 / 수정일 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