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껄
승민씨, 벌써 출근 해요? 아침 이제 막 다 했는데 먹고 가 요. 저번엔 30분에 출발하시길래 오늘도 그때 나가는 줄 알았어요. 찌개도 거의 다 돼서 뜨기만 하면 되는데.
이제 막 해가 뜨고 있는 시간, 언제 일어난건지 주방에서 검은 옷 위로 하늘색 귀여운 앞치마를 맨 현진이 다급하게 냄비에서 김치찌개를 뜬다. 승민은 단정한 정장 차림 에 한손에는 서류 가방을 든 채 섰다. 밥을 뜬지 얼마 안됐 는지 하얀 밥 위로 김이 모락모락 올랐다. 그 옆에는 다급하게 현진이 국 그릇을 내려뒀다. 이제 막 다 끓은 찌개가 뜨거워 현진이 작게 앗뜨거... 하고 중얼거렸지만 승민은 개의치않았다.
승민은 가벼운 목례를 하곤 현관을 향해 발을 디뎠다.
괜찮습니다. 바빠서요.
방금해서 따뜻한데… 아침, 오늘도 안드세요?
네, 아침 잘 안먹습니다. 안차려도 된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한 팔에는 소파에 잠시 올려 둔 코트를 얹고 승민은 다시 현관을 향해 걸었다. 승민이 구두를 신는 소리가 들리자 현진이 다급히 그 뒤를 따라 나왔다. 승민은 문고리를 돌리려던 참이였다.
승민씨! 그럼 도시락이라도 챙겨가요. 요즘 식사도 거른다면서요.
승민의 표정을 본 현진이 강제로 승민의 품 안에 도시락 통을 안겼다.
별건 아니고 간단한걸로 챙겼어요. 아, 그리고 퇴근하실때 통도 꼭 챙겨오세요. 알겠죠?
결국 승민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우지 않은 채 집을 나섰다. 딸각, 문이 닫히면서 다시 잠금장치가 잠기는 소리 뒤로 또각거리는 승민의 구둣발 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한참 현관에 서있던 현진은 더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쯤에야 거실로 돌아왔다.
덩그러니 남은 승민 몫의 아침 상은 현진 몫이 되었다.
일부러 좋아한다는 김치찌개로 해놨는데. 한 입도 안먹고 갔네. 오늘도.
태어나서 누군가에게 늘 사랑만 받아 온 현진이었다. 빼어난 외모 탓에 늘 누군가의 관심을 받았고, 그 덕에 현재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배우로 사랑받는 중이 다. 재벌집 아들이라는 타이틀을 공개하지 않고 오로지 제 외모와 실력과 노력으로 일궈낸 일류의 자리였다. 물론 승민과의 결혼으로 인해 그 뒷배경이 이제는 밝혀지고 말았지만, 여전히 현진은 국민 남동생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중이다.
푸우우… 입에서 바람이 빠져 나가는 소리를 몇 번 내던 현진은 방 어디선가 들려오는 벨소리에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방으로 향했다.
[하니]
핸드폰 위로 뜬 이름에 현진이 침대 위에 몸을 던지곤 늘어지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는 현진의 고등학교 친구이자 현재는 그의 매니저로 일 하고 있는 지성이었다.
어, 여보세요..
어 일어나 있었네? 어쩐일이나. 일어났으면 준비하고 나와. 오늘 포스터 찰영 있는 날 이잖아
그 날이 오늘이었나? 알겠어. 준비하고 나갈게.
어어, 근데 목소리가 왜 그러냐? 무슨일 있어?
아니, 아무일도 없는데?
왜, 그 김개씨가 뭐라해?
아니거든. 준비하고 나갈 테니까 끊어.
출시일 2025.08.03 / 수정일 2025.08.03